‘디지털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라는 말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유수의 전자회사들이 기존 제품간 결합을 통해 기능을 다양화하면서도 크기를 유지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더욱이 이들 제품은 네트워킹의 특성을 근간으로 사용 효용성, 기업의 경쟁력 극대화 가능성까지 제시한다. 가전과 정보기기의 결합은 결국 메모리가격 하락세, 네트워킹의 특성과 맞물리며 미래정보기기·가전의 방향이 유비퀴터스임을 예고해 주목받고 있다. 편집자
세계 컴퓨터업계의 황제로 불리는 빌 게이츠 회장은 지난 1월 미국 ICES2003에서 “향후 10년내 모든 가정에서 꿈의 디지털세계가 열린다”는 이른바 ‘디지털데케이드(Digital Decade)’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최근 국내에서도 급속히 부각되고 있는 가전·정보기기 제품간 결합·융복합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를 강력히 암시한 셈이다.
그는 지난 2001년말 집안에서 모든 디지털기기를 네트워킹PC로 제어하는 등 디지털기기 중심의 미래 가정의 모습을 ‘e홈’을 통해 제시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e홈’ 개념의 저변에 숨어있는 홈네트워킹 개념은 전세계 전자회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증폭시켜 왔다.
세계 전자업체들의 컨버전스에 대한 관심 역시 이같은 디지털기기에 기반한 홈네트워킹의 큰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빌 게이츠 회장은 디지털방식의 컨버전스 전자기기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그 효용성을 극대화하게 될 것임을 내다봤다. 디지털방식은 아날로그방식과는 달리 전송 노이즈가 없고, 데이터 압축 및 선택적 전송, 무한한 복제 및 네트워크를 통한 실시간 전송 등을 가능케 해준다.
삼성·LG·대우·아남전자와 e트로닉스 등 국내 전자업체들의 신제품 개발·출시 동향에서도 이같은 추세가 읽힌다. 캠코더에 메모리스틱이나 HDD를 결합시킨 제품, DVD에 HDD가 결합되거나 메모리스틱을 결합한 제품, HD TV와 DVD 및 HDD결합형 제품 등이 개발됐거나 시장에 나와 있다. 디지털카메라와 메모리스틱이나 MMC카드, SD카드 등 결저장카드간 결합이라는 컨버전스화 역시 소비자들이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기업들이 컨버전스를 추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사용자에게 더 많은 재미와 사용상의 편의성을 제공하고 메이커에겐 더 높은 경제성을 가져다 줄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디지털비데오사업부 신만용 부사장은 “같은 디지털제품이라도 단순한 기능의 제품만이 살아남기에 향후 연구개발도 컨버전스 쪽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제품간 컨버전스는 네트워크와의 결합으로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참여자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메트 칼프의 법칙은 전자·IT업계의 디지털·컨버전스 추세 및 이후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네트워킹이 가능한 정보기기는 콘텐츠 및 네트워크 서비스회사와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탄생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컨버전스화와 네트워크의 결합은 외부에서 이뤄지던 엔터테인먼트를 가정내에서 해결하고 가전품의 제어를 외부에서 할 수 있게 하고, 손안에서 할 수 있게 하는 꿈의 정보기기 시대를 열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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