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라면 따른다.”
인터넷 등 통신에서 10대들에 의해 주로 사용되어온 축약어가 영어권 국가에서 정식 언어로 자리잡고 있다.
AP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언어파괴’라는 비난을 받으며 매도당하고 있는 통신언어가 미국·영국 등에서는 10대를 넘어 다양한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축약어를 지지하는 언어학 종사자들이 늘고 있고 영국을 비롯한 독일 등에서는 성인들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통신언어를 지지하는 측은 “언어는 변화하는 것이며 언어의 혁신은 위험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문자메시지는 새로운 축약형(abbreviation)들을 통해 영어를 풍부하게 만들어간다고 주장한다.
통신언어는 미국과 유럽 각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10대들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10대들은 휴대폰을 이용해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got to go’는 ‘G2G’로, ‘laugh out loud’는 ‘LOL’이라고 쓴다. ‘WL’은 ‘will’을 의미하며 ‘by the way’는 ‘BTW’라고 적는다. 이밖에 대표적인 축약어로는 ‘AFAIK(as far as I know)’ ‘SOL(sooner or later 혹은 sadly out of lucky)’ ‘W(what?)’ ‘PXT(please explain that)’를 들 수 있다.
당초 통신어는 ‘시간이 곧 돈’인 온라인상에서 시간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다. 이것이 모바일 인터넷 확산과 함께 더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또 초등학생·중학생같은 또래집단 사이에서 집단의식 고취와 동질감 형성이라는 목적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통신언어가 언어습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언어가 인간들의 사고를 표현하는 도구인 만큼 잘못된 언어사용은 인간의 사고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은 부인하지만 과제물 검사에서 파괴된, 통신언어들을 적잖이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영국 등지의 언어학자들은 이미 이를 막을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옥스퍼드사전 편찬자인 제시 샤이드로어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언어발전에서 자연스런 과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많은 언어들이 통신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SWAK(sealed with a kiss)’처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언어 가운데 자리잡은 것도 있다는 설명이다.
전통 언어학자들의 우려에도 아랑곳않고 통신언어는 연 100억건을 훨씬 넘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타고 일반인들 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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