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K그룹의 빛과 그늘

◆디지털경제부·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6일은 SK그룹에는 빛과 그늘이 공존한 하루였다.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28대 회장으로 첫발을 내디딘 축제의 시간에 정작 SK그룹의 간판기업인 SK텔레콤은 증시에서 ‘뭇매’를 맞고 있었다.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전신)·SK텔레콤 등을 거치면서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를 굳힌 손 회장에 대한 전경련 회장 취임인사 치고는 너무도 잔혹한 상황극이 연출된 것이다.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은 이날 오전 SK텔레콤 표문수 사장이 직접 나서 진행한 콘퍼런스콜이 투자자들의 요구를 철저히 빚겨나간 ‘빈수레’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자연히 SK텔레콤 주가는 지난 2001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증시 최악의 사태였다는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테러 직후의 주가보다 못한 수준으로 밀려난 것이다. 표 사장이 지난달 22일 터진 SK텔레콤 주가폭락사태를 직접 진화하려고 나섰지만 ‘섣부른 해명’이 오히려 투자자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말았다.

 SK그룹 내 선도기업이자 국내 정보기술(IT)산업의 자랑이기도 한 SK텔레콤이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집중적인 매도 공세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주 작은 이유 때문이다.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공표한 약속을 쉽게 바꾸고 이에 관해 납득할 만한 설명과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주주의 뜻’을 읽는 게 급선무였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날 손 회장은 전경련 회장직 수락 일성으로 “노무현 차기 정부의 재벌개혁에 기업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이 노 당선자의 경제개혁 밑그림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SK그룹의 빛과 그늘 뒤에는 ‘기업의 역할’이라는 역설적인 진실이 숨겨져 있다. 전경련 회장사로서 SK그룹은 이제 일개 기업이 아니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미시적 역할에 더해 경제의 개혁을 다독이고, 함께 이뤄가야 하는 중차대한 역할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 1등 기업이라는 사실에 안주하기보다 국내외 투자자들을 위한 기업, 주주들의 편에 서는 기업으로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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