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 이라크전 앞두고 사업전망 혼란

 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 때문에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사업 전망조차 내놓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주요 IT 기업들이 이라크 변수 때문에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일부 기업은 주문 축소 등의 악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일례로 세계 최대 반도체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는 지난 1월 26일 마감한 1분기 주문 실적이 전분기에 비해 35%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고 반도체 업체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수주 전망을 축소했다. 심지어 PC 업체인 게이트웨이와 데이터네트워킹 장비 업체인 파운드리네트웍스 등은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을 들어 1분기 실적 전망조차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세계 최대의 스토리지 업체 EMC의 최고경영자인(CEO)인 조 투씨는 “이라크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경기가 안정될 수 없다”며 “모두들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의 IR 담당 매니저 조어그 정은 “전쟁은 경기에 악영향을 주며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이라크전이 경우에 따라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기는 하다.

 매뉴지스틱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라가반 라자지는 “단기전일 경우 긍정적일 수도 있다”며 “장기전 또는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오브젝츠의 CFO인 제임스 톨로넨도 자사 소프트웨어 판매가 올해 10% 늘어날 것이라며 이라크 변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개되는지 두고봐야만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IT 업계의 경우 컴퓨터와 전자부품 재판매 업체가 수요 변동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데 이들도 아직까지는 전쟁 우려에 따른 주문 감소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내 2위의 전자 및 컴퓨터 부품 유통업체인 에브넷의 회장겸 CEO인 로이 밸리는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사업이 일시적인 침체를 보일 것”이라며 “전쟁이 끝나면 지난 걸프전 때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급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제품 도매 업체인 인그램마이크로의 IR 담당자인 매리 칼슨도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직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어쨌든 업계 경영진들은 이라크전이 업계에 미칠 악영향을 계량화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1월의 중요 판매 수치가 이제야 집계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플래시 스토리지 업체인 샌디스크의 CFO인 마이크 그레이는 자사 유통업자들이 1월 판매 수치를 취합하기 시작했다며 “전망을 내놓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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