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 등 국내 PC 3사가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는 PC사업의 소방수로 파격적인 내부승진 혹은 새로운 인물을 발탁,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삼보컴퓨터의 ‘해외 브랜드 사업강화’, 삼성전자의 ‘컨버전스 시대의 기술 리더십 확보’, LG전자의 ‘규모의 경제 확보’ 등으로 표현되는 각 사의 중장기 PC사업 전략이 그대로 표현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원보직 임사를 통해 컴퓨터 사업부장에 시스템온칩(SoC) 연구소장인 오영환 부사장을 임명했다. 기존 이성주 컴퓨터사업부장은 CS센터장으로 이동했다.
오 부사장은 지난 95년부터 2000년까지 세계적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사에서 신규사업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하다가 삼성전자에 영입돼 디지털미디어연구소장, SoC 연구소장을 역임한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삼성전자측은 “최근 PC에 통신과 가전기술이 활발히 접목되는 등 컨버전스화가 급진전됨에 따라 이 분야에 정통한 오 부사장을 새로운 선장으로 임명한 것으로 안다”며 “사업적인 측면은 진대제 사장이 총괄하되 오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미래 PC사업의 방향을 잡아 나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오 부사장은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의 디지털컨버전스와 관련된 공동 연구소 설립 추진, 삼성전자내 각 부품사업과의 시너지 등 개발 부문을 총괄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 부사장이 전혀 사업부 경험이 없어 국내외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내수 수성, 해외 확대’라는 기본적인 사업부 과제 수행여부와 단기실적으로 임원을 평가하는 삼성전자 분위기에서 흔들림 없이 개발 부문을 강화해 낼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아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DM연구소장인 이정준 상무를 새로운 PC사업부장으로 낙점했다. 이 상무는 LG전자 입사 이후 20여년간 대부분의 시간을 기술전략파트를 맡아올 정도로 기술 전략통으로 알려졌다. 특히 LG전자가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5년째 유지하고 있는 광스토리지 등에 대한 기술전략을 수립, 집행한 공로로 30대에 이사로 승진할 정도로 기술전략 부문의 능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상무는 LG전자내에서 엔지니어 출신이면서도 영업적인 마인드를 갖춘 몇 안되는 임원”이라며 “비록 사업부 경험은 없지만 추진력도 갖춘 데다 기술기획을 바탕으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색다른 컨셉트의 사업방식을 펼쳐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LG전자 PC사업부가 지난해 4분기부터 최대 고객인 HP의 가격인하 방침으로 수익이 악화되고 차세대 물량 배정에서도 대만 업체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이 상무가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물도 적지 않다. 또 나아가 자기 브랜드 사업에 대한 본격 논의로 기존 OEM사업과의 관계설정 등도 고민거리다.
삼보컴퓨터는 국내사업본부장인 박일환 전무를 27일자로 ODM사업까지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박 부사장은 2000년 상무로 승진한 뒤 2년 만에 전무로, 다시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삼보컴퓨터측은 “수출통인 박일환 부사장에게 ODM사업부문을 맡김으로써 올해 역점사업인 해외 브랜드 PC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박 부사장은 수출과 국내 사업을 두루 경험해 해외 브랜드 사업을 키우는 데 적격이라는 평가”라고 설명했다.
추진력이 요구되는 해외 브랜드 사업에 치밀한 기획통으로 알려진 박 부사장의 캐릭터가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표. 국내 PC3사 매출 현황 (단위:원)
업체 2000년 2001년 2002년(추정)
삼보컴퓨터 4조110억 2조6400억 3조
삼성전자 1조8700억 1조8000억 1조8000억
LG전자 1조2000억 1조6300억 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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