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체들이 ‘열(熱)’과의 전쟁에 나섰다.
전자·통신기기들이 고성능·대용량화되면서 입력 전력(power) 증가가 불가피해졌고 전류와 전압 등으로 전환·유통되는 과정에서 기기 곳곳에서 전력손실이 일어나 허열(虛熱)로 인한 발열문제가 잇따라 제기되는 데 따른 것이다.
주된 진앙지는 마이크로프로세서(CPU)와 전력변환장치다.
CPU의 경우 3㎓급까지 초고속화되면서 필요한 평균 전류가 기존 60암페어(A)에서 80A로 높아졌고 차기 제품들은 120A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그만큼 많은 전류가 단위시간에 흘러줘야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
220V급의 전압을 전자·통신기기내 유통이 가능한 1.8∼30V대로 낮춰주는 교류-직류(AC-DC) 컨버터와 직류-직류(DC-DC) 컨버터는 발열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업계는 높은 입력 전력을 충실하게 변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발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력변환장치용 반도체 전문업체 인터내셔널렉티파이어(IR)는 최근 자체 개발한 ‘스트립 트렌치’ 기술을 적용해 동작저항 Rds(on)를 업계 최저 수준인 4.5∼10밀리옴(mΩ·기준값 10V)으로 낮춘 전력변환소자(MOS FET) 신제품(모델명 IRLR7833/7821)를 내놓았다.
이 회사가 개발한 기술은 전력소자의 내부 회로구조를 개선해 동작저항을 낮춰 허열로 인한 발열량을 줄이고 열효율을 높인 것. 여기에 초소형 D-Pak 패키지를 적용해 노트북 등에 적합하도록 만들었다.
이 회사는 또 동작주파수를 초당 2㎒급까지 올려 단위시간에 보내는 전류량을 늘리는 신기술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열전도성을 높여 전력효율을 높이고 PC 등에서 과도한 방열판 사용을 억제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텔은 지난해 ‘펜티엄4’에 새 아키텍처 ‘노스우드’를 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개의 CPU에 두개의 가상 데이터 통로를 만들어 처리해 속도를 높이고, 과부하에 따른 허열을 방지하는 ‘하이퍼스레딩’ 기술을 도입했다. 여기에 방열판의 소재에 구리를 섞고 열방출 통로의 구조를 개선해 PC의 발열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도 개발중이다.
인텔은 향후 내놓을 10㎓급 초고속 CPU 개발에는 소재와 설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복합 나노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저·고유전 물질을 적용한 3중 게이트 트랜지스터 설계구조를 개발하고 원자층증착(ALD), 극자외선(EUV) 노광(리소그래피) 기술 등을 도입해 발열과 속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IR코리아 문창수 기술지원담당 팀장은 “고속 CPU, 대형 LCD, 대용량 메모리를 탑재한 전자기기들이 증가하면서 발열문제 해결은 반도체업체들의 숙원과제가 되다시피했다”면서 “각자의 노력뿐만 아니라 업계가 회로구조·소재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기술들을 공동개발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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