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너도나도 중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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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회사도 올해는 꼭 중국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이는 내로라하는 일본 기업인들이 매스컴을 통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밝힌 ‘공통된 신년사’다. 물론 IT업계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이처럼 요즈음 일본 경제 전반에 ‘중국으로의 경쟁적 진출 러시’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질세라 언론도 앞다퉈 중국 관련 특집기사 마련에 가세하고 있는가 하면, 한국 못지않게 중국어학원들은 셀러리맨들의 문전성시로 발디딜 틈이 없다.

 ◇기회의 땅, 중국=뭐니뭐니해도 중국의 매력은 ‘인구 13억’이라는 거대한 잠재시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인구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이러한 중국시장은 값싼 인건비로 인한 제품생산의 거점으로서, 또 한편 무한한 소비시장이라는 이점이 있다. 여기에 중국정부의 과감하고 개방적인 경제정책도 외국기업에는 호재다.

 세계경제기구(WTO) 가입을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층 다가서면서 중국은 해외투자가들을 유치하기에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경제의 진흥을 위해 전세계에 진출해 있는 중국 출신 엘리트 유학파들, 특히 IT전문가들을 본국으로 다시 ‘모셔오는’ 작전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중국은 앞으로도 굵직굵직한 국제행사들을 줄지어 개최할 예정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가 이미 개최 결정이 났으며, 2010년 하얼빈 동계올림픽과 2014년 월드컵 유치도 벌써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이벤트들은 중국경제의 견인차 역할과 함께 해외투자가들의 유치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일본 브랜드 인기 1위=비교적 비싸다는 일본 상품이 과연 중국에서 잘 팔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최근 이를 무색케 하는 통계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닛케이산업소비연구소는 작년말 중국 대도시(베이징, 상하이, 광둥성)에 사는 성인 인터넷 사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기업 브랜드에 대한 인기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올해안으로 가장 사고싶은 제품으로 디지털카메라(전체의 45%)를 뽑았으며, 그 다음으로 이동전화(31%), 컴퓨터(27%) 등이 있었다.

 3개까지 복수응답을 하도록 한 브랜드 인기도 조사에서는 일본 브랜드가 종합1위를 차지했다. 특히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상위 7개사 중 5개사가 일본 회사들로 인기가 높았다. 이는 중국인의 소비수준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며 향후 일본 브랜드의 중국내 상품성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휴대폰의 경우는 일본 브랜드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고 싶은 브랜드의 상위 3위 모두가 다른 나라 제품이었다. 이중 한국의 삼성전자는 노키아에 이은 2위였다. 표 참조

 ◇일본기업 중국 진출 봇물=기업인들의 신년사가 빈말이 아님이 점차 증명되고 있다. 새해가 밝은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중국에 진을 친 일본의 IT관련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또 아직 못간 기업들도 진출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면서 중국 관련 사업을 개발하거나 중국과의 인연을 맺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시바는 중국기업과의 합작회사를 설립, 오는 4월부터 중국에서 세탁기를 제조 판매할 계획이다. 현지 중국기업의 공장과 노동력을 이용하는 대신 도시바의 고급 기술력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소니도 10월부터 디지털카메라 등에 쓰이는 고온폴리실리콘박막트랜지스터(TFT) 액정의 후공정 생산을 중국에 있는 자회사 소니전자유한공사로 이관할 생각이다. 소니전자유한공사는 중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소니차이나(소니중국유한공사)의 100% 출자회사로 2000년 8월에 세워진 회사다. 소니차이나는 현재 모두 6개의 생산사업소를 중국에 가지고 있는데 이를 유기적으로 운영하면서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신회사 KDDI는 광둥성 광저우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중국의 주요지역을 거점으로 확보하면서 날로 늘어가고 있는 중국내 일본계 기업을 상대로 다양한 네트워크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일본빅터(JVC)는 중국제 부품 채택률을 증가시킬 계획이며, 호시덴은 이동전화용 액정표시장치(LCD)의 중국내 판매체계를 지금보다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또 NEC필딩은 일본기업의 중국기업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연내로 베이징과 상하이에 연락사무소를 개소하며, 후지쯔는 중국 진출의 준비단계로 사내에 가칭 ‘중국전략실’까지 마련했다.

 이뿐 아니라 계속되는 불황으로 허우적거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일본계 IT업체들도 ‘제2의 도약’을 위해 중국행 괴나리봇짐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아=‘돌다리도 두둘겨 보고 건너길’ 좋아하는 일본인인지라 일각에서는 이러한 ‘차이나 붐’에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보이고 있다. 아직 시장자본주의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중국이기 때문에 국영기업의 적자 및 불량채권 등의 문제들이 한꺼번에 표면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금의 특수는 ‘머지 않은 거품’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일본기업의 타격과 희생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경고성 신호음을 내고 있다.

 오랫동안 전기제품 회사에서 중국 등 아시아 영업담당으로 잔뼈가 굵은 다케다 겐이치씨는 “치열한 가격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을 생산거점으로 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시장원리지만 이로 인해 ‘일본내의 제조업 공동화(空洞化)현상 및 실업률 증가’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가끔씩 IT업계의 변화를 ‘Dog Year(개 나이 1살은 사람 나이의 7살에 해당한다)’에 빗대곤 한다. 여타 제조업에 비해 IT산업의 전반적인 흐름이 너무나 빠르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는 아직 안정적 투자환경과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중국에 IT업계가 진출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따르며 시기상조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인 소비자들의 구입희망 기업브랜드 순위 (단위:%, 3개까지 복수응답가)

 

 디지털카메라:소니 46.0, 올림퍼스 44.8, 캐논 44.6, 코닥 21.2, 삼성전자 10.4

 텔레비전:마쓰시타전기 36.8, 도시바 33.4, 하이얼 17.4, TCL 15.2, 삼성전자 14.8

 이동전화:노키아 67.0, 삼성전자 45.4, 모토로라 44.2, 소니에릭슨 21.4, 마쓰시타통신공업 13.4

 자료:닛케이산업소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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