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원 여성 관제사 3인

 ‘1월 25일 0시 45분. 계약번호 ○○에 이상 발생.’

 심야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에스원 관제센터. 고객의 점포에 원인불명의 침입 사실이 모니터에 나타나자 관제센터의 분위기는 활시위처럼 팽팽해진다. 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한 여성 관제요원이 현장요원에게 출동 지시를 내린다. 이 여성 관제요원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확인하다가 긴급 출동한 현장 요원이 불법 침입을 시도한 도둑을 잡아 경찰에 인도했다는 보고를 받고 나서야 긴 한숨을 돌린다.

 작년 이맘 때만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은 에스원 관제센터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60명이 넘는 관제요원이 24시간 고객의 안전을 지킨다는 역할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여성 관제요원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에스원에서 여성 관제요원이 선발된 것은 작년 5월. 무인경비 분야의 초점이 사건·사고 대처에서 사전 예방으로 바뀌면서 여성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부각된 것이다. 선발 당시만 해도 여성 출동요원이 관제요원으로 발탁되리라고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10명의 1기 여성 출동요원 가운데 남성 요원을 능가하는 근무 평가를 받은 3인이 최초의 여성 관제요원으로 선발됐다. 인형자(25)·조은선(25)·김성애씨(24)가 그 주인공이다.

 군과 경찰 등 소위 전통적인 금녀(禁女)의 영역은 그 장벽이 무너진 지 오래지만 무인경비 분야는 채 3년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무인경비 분야는 정신적·육체적 강인함을 요구한다. 항상 사건 현장을 떠나지 않는 출동요원뿐 아니라 긴장의 연속에다 빠른 상황 판단을 내려야 하는 관제요원은 더욱 그러하다. 관제요원의 경우 남성도 7∼8년 이상의 출동요원 경력을 쌓은 경우에나 가능하다.

 여성 관제요원 3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이 남성 관제요원 못지 않은 자질을 갖추고 있다. 인형자씨는 유도 2단에 태권도 초단, 스쿼시, 스키, 스노보드 등 만능 스포츠 우먼이다. 대학 재학 때는 아르바이트로 각종 행사의 인력경호나 안전요원으로 활동한 적도 있다. 유도 선수 출신의 조은선씨는 태권도와 유도가 각각 3단, 합기도 1단으로 무술 단수 합계만 7단에 이른다. 김성애씨는 펜싱 선수 출신으로 대학에서도 체육을 전공했다.

 물론 업무중에는 여성으로서 부딪치는 벽이 높다. 대부분의 출동요원이나 고객은 여성의 차분한 설명에 호감을 표시하지만 반대로 무조건 불신하는 분위기를 느낄 때도 있다고 한다. 모든 관제요원이 마찬가지지만 꽉 짜여진 근무 일정에 따라 움직이다보니까 주말은 고사하고 명절에도 제대로 쉰 적이 없다.

 그래도 이들의 의욕은 매우 높다. 무인경비 업계 최초의 여성 요원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한 이들은 항상 주목의 대상이며 이들의 근무 평가에 따라 여성 요원 후배들의 입지가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애씨는 “여성의 수가 적은 분야일수록 여성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을 제3자가 곡해할 수도 있다”며 “오히려 같은 일을 한다면 남성과 같이 대하는 것이 평등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모 광고에 나온 문구처럼 ‘차이는 인정하지만 차별은 있을 수 없다’는 각오다. 3인의 여성 관제요원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때 우리사회 여성에 대한 평가와 지위도 한 걸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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