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통신료 조정 직접개입 검토

　정보통신부가 통신요금 조정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22일 정통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정통부는 통신시장의 유효경쟁 환경 조성과 요금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유보신고제와 가격상한제 등을 도입, 규제의 강도를 낮추는 대신 상황에 따라 정부가 직접 요금변경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는 정통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보고한 것으로 언뜻보면 규제를 완화한 것으로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요금규제가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통신위를 정통부로부터 독립시켜 정책기능과 규제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여론과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통부는 이동전화의 경우 지배적사업자에 대한 현행 인가제를 폐지하고 새 요금제 신고 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만 규제를 하는 유보신고제 도입을 추진중이다. 유선전화의 경우 가격상한제를 도입해 일정 요금 수준 이하에서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요금을 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보신고제와 가격상한제는 사업자들의 요금 결정권을 높여준다는 측면에서 규제완화 방안의 하나로 평가된다.

　정통부는 이같은 요금규제 완화와 함께 사업자들이 높은 요금으로 과도한 이윤을 얻을 경우 정통부 장관이 요금변경을 명령하는 방안을 병행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정통부는 그동안 인가·신고제를 통해 간접적으로 요금변경에 개입해왔으나 앞으로는 특정 사업자를 대상으로 요금변경을 지시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사업자들의 매출과 직결되는 요금 부문에 정부가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통부의 규제가 사실상 강화된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통신사업자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인가 및 신고제임에도 불구하고 정통부가 사실상 관여해온 게 사실이나 법적인 효력을 갖는 명령 형식이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유보신고제·가격상한제 등 완화정책 도입에도 불구하고 정통부가 직접 요금조정을 명령하는 법제가 마련될 경우 현실적으로 규제 완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규제를 위한 규제가 또하나의 형식으로 만들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제도의 원래 취지는 통신사업자가 과도한 수익을 낼 경우 정부가 이의 시정을 명령해 소비자인 국민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따른 것”이라며 “아직은 통신위를 통해 규제할지, 정통부가 직접 규제할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선과 무선의 지배적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은 현재 요금 등 약관이 변경될 때마다 정통부로부터 인가를 받도록 돼 있다. 후발사업자들은 인가없이 신고만으로 약관을 변경할 수 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