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기술 IMF를 대비하자

◆박희범 익스트림네트웍스코리아 대표 kkang@extremenetworks.com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 사이에 이공계 지원 기피현상이 심각하다는 최근 보도는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매우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공부하기 힘들고, 어렵게 공부해도 그만한 대우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70년대 중반에는 공과대학의 입시경쟁률이 다른 어느 계열보다 높았다. 물론 취업도 다른 전공자에 비해 수월했다. 우리는 이러한 인적자원의 노력과 땀방울로 80년대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반도체·통신과 같은 고부가가치산업을 육성할 수 있었다.

 기술인재를 육성하는 일이야말로 우리나라가 70년대의 노동집약적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기술집약적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변화와 발전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꾸준한 기술인력 육성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정부는 유능한 해외 기술인력 유치에 적극적이었으며 이와 함께 많은 공업계 고등학교를 설립했다. 또한 국설 연구소를 중심으로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도 했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전자식 국설 교환기가 순수 우리기술로 개발돼 전화보급을 앞당겼으며, 통신한국의 기초를 마련했다.

 대기업도 연구소에 집중 투자해 기술의 진보에 한몫했다. 대덕에 대규모 연구단지가 조성되면서 유수기업들이 첨단시설과 많은 인력을 투입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발전은 곧 국가 경쟁력으로 나타났다. 80∼90년대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86 아시안게임, 88 올림픽 그리고 2002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개최됐으며, 이를 통해 기술한국의 위상을 세계 여러 나라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1000만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와 3000만 이동전화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IT강국의 신화 뒤에,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었다. 유능한 연구인력들이 해외로 취업하기 위해 줄을 서 있고, 외국에서 많은 외화를 들여 공부한 유학생들이 귀국을 꺼리는 것이다. 이제는 급기야 대학입시에서까지 이공계 지원을 기피하는 암담한 현실이 되었다. 더구나 열악한 연구투자와 처우로 국내 연구소 인력마저도 좀 더 나은 대우를 이유로 업종을 바꾸는 실정이다.

 이제 학교마저 인력육성에 실패한다면 대한민국의 기술자원은 고갈될 것이며, 이는 우리 산업 전반에 걸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 너무나 확실하다. 따라서 하루속히 기술인력의 처우를 개선해 우수한 인력이 스스로 국내로 돌아오도록 만드는 한편, 범국가적인 인재육성을 통해 기술·인적 자원의 확보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또 개발된 기술이 상품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기술집약적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벤처를 정확히 판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 육성한다면 기술산업은 튼실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한다. 중장기적 계획에 의한 인력육성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우리는 눈부신 경제성장 후에 무분별한 기업대출에 의한 금융부실로 경제주권을 IMF에 빼앗기는 치욕을 당했었다. 많은 동료들이 직장을 떠나야 하는 아픔과 건실한 기업들이 헐값에 외국인 손에 넘어가는 안타까움을 겪었었다. 미리 대비하지 못했던 조그마한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이다. 인재육성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기술 부족현상을 극복하는 데 우리는 IMF의 터널 보다 더 오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날 기술 기피현상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의 성장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민족은 어려운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해온 우수한 민족이다. 그리고 은근과 끈기로 IMF를 단시일에 극복한 저력도 가지고 있다.

 물적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한민국이 무한경쟁시대에서 당당히 외국의 거대기업들과 맞서 이길 수 있는 길은 그들보다 우수한 기술을 확보하여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길 이외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리 대비하고 부족한 인력을 적극적으로 육성하여 기술 IMF를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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