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대통령과 인사

◆박재성 국제부장 jspark@etnews.co.kr

 

 한국은 21세기 선진국가로 갈 것인가, 아니면 중남미 국가들처럼 선진국의 길목에서 주저앉고 말 것인가.

 이제 우리 정부와 국민은 그것을 선택해야 할 결정적인 시기를 맞고 있다.

 왜 지금이 그때인가. 우리는 이미 선진국 경제의 불투명한 회복 전망으로 시장을 잃고 있으며 모든 것을 삼켜 버릴 것 같은 중국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내수경기 위축은 경제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더욱이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외국 언론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의 재계는 새로 출범할 정부에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다. 만에 하나 정권교체과정에서 삐걱거리기라도 하면 한국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민이나 산업계가 아무리 선진국을 향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앞을 보고 달린다해도 정부가 무능하거나 도덕성이 약하면 그것은 헛수고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우리 국민은 지난 정부의 무능으로 ‘IMF’라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또 권력 주변의 부패로 인해 적지않은 사람이 살 맛을 잃었다.

 많은 국민이 정부에 모든 것을 맡기고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 만큼 신경줄이 굵지 못하다. 현재 정권인수위원회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옳고 그름을 떠나 말이 많은 것 자체가 불안하다.

 중요하고 민감한 이 시점에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 정부의 올바른 인사(appointment)다. 대통령의 인사는 국민 개인은 물론 국가의 행불행을 좌우한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능력에 대한 조사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보고되고 있다. 미국의 102개 대학 역사학자들로 구성된 지나대학의 지나연구소는 지난 93년 미국 대통령에 대해 평가했다. 지도력을 비롯해 업적 및 위기관리능력·정치력·인사·성격과 도덕성 등 중요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그 가운데 초대에서 42대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의 인사평가를 보면, 가장 인사를 못한 사람으로 1921년에 2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워런 하딩이 꼽혔다. 그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장관과 같은 요직 대부분을 내주었다. 이로 인해 1922년 의원 선거에서 그가 속한 공화당이 대부분의 상하원 의석을 잃게 된다. 또 요직을 맡은 하딩의 친구들은 거의 모두 부패로 인해 파멸하고 하딩도 병을 얻어 대통령이 된 지 2년 만에 죽음을 맞았다.  반면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가장 인사를 잘한 대통령으로 평가됐다. 그는 특히 유능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편과 상대편을 가리지 않고 등용했다. 스펙트럼이 조금만 달라도 인재를 기용하지 않는 다른 많은 권력자와는 달랐다. 그래서 워싱턴은 대통령직을 수행한 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존경받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국 역사상 제대로 인사를 한 대통령 치고 업무수행능력이 뒤지는 대통령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인사능력인 셈이다.  

 이제 한 달 남짓 있으면 새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다. 각계의 저명인사로 구성된 팀이 취임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사에서 경제를 부흥시키고, 특히 정보기술(IT)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하도록 하겠다고 천명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인사없이 산업육성이나 경제부흥이 없는 만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워싱턴 대통령보다 더 훌륭하게 인사를 한 대통령으로 꼽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듣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