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바이러스/ 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 방재희 옮김/ 황금가지 펴냄
몇년전 비디오 테이프 하나가 바이러스처럼 이를 본 사람들을 모두 전염시키며 죽음으로 몰고간 영화가 크게 히트한 적이 있다.
일본 영화 ‘링’이 바로 그것으로 원작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리메이크되며 한국을 크게 강타했다. 최근에는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이 영화를 리메이크해 한국 공포 영화팬들을 공략하고 있다.
비디오 테이프를 본 사람들은 모두 죽어가지만, 그 테이프를 타인에게 보여준 사람은 생명을 건질 수 있다는 어찌보면 터무니없고 단순한 스토리의 영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디오 테이프라는 하잘 것 없는 미디어 매체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줄 뿐만 아니라, 죽음이라는 설정을 통해 그 파급효과를 단적으로 상징하기도 한다.
LA에서 한 흑인이 경찰들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이 캠코더 한대에 포착되면, 몇 시간 후에 인터넷과 텔레비전에 방영되고, 며칠이 지나면 토크쇼에서 인종 문제와 경찰의 도덕성 문제가 토론된다. 몇달이 지나면 텔레비전 드라마 ‘L A법’에서 이 사건을 다루고, 1년도 지나지 않아 관련 비디오 게임과 만화책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30초짜리 비디오가 결국 나라 전체에 퍼지고 만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우리는 ‘미디어 바이러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노무현 대통령 당사자의 대선 승리 요건 중 하나가 인터넷을 비롯한 휴대폰 문자 메시지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이렇게 미디어는 강력한 권력을 휘드르며, 사람들을 순식간에 전염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됐다.
뉴욕대학 교수이자 사회이론가인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이러한 사회 현상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부작용을 설명한 ‘미디어 바이러스’라는 저서를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저서는 미디어 바이러스의 가장 큰 부작용이라 할 수 있는 ‘때로는 위험한 소수의 목소리가 어떻게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고 사람들의 사고에 파고드는지’를 설명한다.
먼저 미디어 바이러스의 개념과 성격을 설명하고, 미디어 활동가들의 전략 및 의도를 각각 주류 미디어와 언더그라운드 미디어로 나누어 분석한다.
러시코프는 최근 미디어가 소수의 목소리에 다수의 지위와 권력을 부여하기 위한 전략 수단으로 쓰이고 있음을 우려하기도 한다.
소수의 목소리가 복사기·팩스·전화·캠코더·인터넷 등과 같은 매체를 이용해 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얻고, 또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비단 당신 혼자만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책은 이러한 미디어 전략가들 활동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활동이 사회 진화에 어떤 영향를 끼칠 것인가라는 시각에서 이들이 구사하는 수단을 살펴본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국회, 계엄해제 결의안 통과....굳게 닫힌 국무회의실
-
2
尹 "계엄 선포 6시간만에 해제하겠다”
-
3
'尹 계엄 해제'에… 與 “국방부 장관 해임” 野 “즉시 하야”
-
4
尹, 6시간만에 계엄 해제…'탄핵·책임론' 뇌관으로
-
5
[계엄 후폭풍]대통령실 수석이상 일괄 사의
-
6
“딸과 서로 뺌 때려”...트럼프 교육부 장관 후보 '막장 교육'?
-
7
한총리 “국무위원 전원 사의 표명에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섬길것…내각 소임 다해달라”
-
8
[계엄 후폭풍]대통령실·내각 사의 표명…'정책 콘트롤타워' 부재
-
9
속보정부, 국무총리 주재로 내각 총사퇴 논의
-
10
국회 도착한 박지원 의원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