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안CEO `도덕 불감증`

◆IT산업부·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보안업계 CEO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지난해말 보안 벤처기업 A사 창업자인 K사장이 주총에서 사장 자리를 박탈당했다. 이유는 자금횡령. 현재까지 K사장이 회사공금을 횡령한 금액은 5억원선에 불과하지만 대규모 횡령을 추진해온 것이 이 회사의 직원들에 의해 발각되면서 퇴사로까지 확대됐다.

 또다른 보안업체인 B사의 L사장은 지난해 4차례 펀딩을 한 후 수십억원대의 자금을 챙겨 잠적했다. 현재 B사는 폐쇄된 상태며 펀딩에 참여했던 소액주주들은 발만 구르고 있다. 이 회사 소액주주들은 대부분 지방에 있는 사람들로 B사의 구체적인 사업내역조차 모르고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주주들은 아직까지도 L사장의 소재 파악에 힘쓰고 있으나 대부분 포기한 상태다. B사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사건 정리조차 못한 경우다.

 보안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보안업계 전반적으로 창업자들의 불법적인 ‘한탕주의’가 만연해 있으며 ‘회사와 직원들은 망해도 CEO는 배부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닷컴열풍의 뒤를 이을 ‘기대주’라는 찬사를 받으며 집중된 투자로 풍성했던 보안업계가 지난해 시장악화에다 자금도 바닥을 보이면서 힘겨워지자 감춰졌던 비리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기술개발을 통해 외국계 솔루션의 진입을 막아내는 ‘첨병’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던 많은 보안업계 종사자들에게는 기운빠지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보안업계에 2년간 몸담고 있는 한 마케팅 관계자는 “자금을 횡령하다 발각된 사장들은 ‘재수없어 걸렸다’며 억울해할 정도로 보안업계 임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며 “요즘처럼 보안업계에 뛰어든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한탄을 했다. 답답한 현재의 보안시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

 정부 주도로 발전해온 국내 보안 시장은 이제 거창한 육성책은 무의미하다. ‘한탕’을 노리고 보안업계에 뛰어든 부도덕한 업체에 불이익을 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보안업계를 살리기 위한 첫걸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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