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사피엔스 이야기](51)유비쿼터스 로봇

 지금 유비쿼터스란 낯선 단어가 유령처럼 한국사회를 맴돌고 있다. 인터넷에 이어 세상을 또 한번 뒤집어놓을 IT패러다임이 바로 유비쿼터스라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곳곳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유비쿼터스는 본시 라틴어로 언제 어디서나 공기처럼 도처에 편재(遍在)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발음하기도 껄끄러운 고대 유럽의 옛말이 최근에는 IT세상의 미래를 대표하는 시대적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정보통신기술이 계속 발전해 이른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실현되면 의복과 신발, 가구, 도로 등 현실세계의 평범한 사물에도 컴퓨터와 네트워크기술이 속속들이 스며들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유비쿼터스 환경하에서 사람들은 PC나 휴대폰이 없어도 생활 속의 물건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심지어 물건과 물건끼리도 서로 대화가 가능해진다. 모든 인공물에 컴퓨터 기능을 심고 이를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시켜 여태껏 상상치 못했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 바로 유비쿼터스 세상이 꿈꾸는 이상향이다. 아직은 개념적이고 모호하지만 유비쿼터스 패러다임이 향후 우리 삶의 방식에 미칠 영향력은 가히 혁명적이다. 집을 나설 때 지갑이나 손목시계가 안보인다 해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지갑 안에 끼워둔 초소형 무선칩이 어젯밤 소파 뒤에 지갑이 떨어졌음을 주인에게 알려줄 것이다. 퇴근 무렵 자취방에서 쓰는 전기밥솥이 보낸 휴대폰 메시지를 받더라도 너무 놀라지 말라. 집안의 쌀통이 텅 비었으니 새 쌀을 사오라는 부탁일 것이다.

 이처럼 일상의 사물에도 지능과 네트워크기능을 부여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첨단 로봇산업에도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하고 있다. 지능화된 유비쿼터스 환경은 세상을 판단하기에 아직 미숙하기 짝이 없는 기계로봇에게 눈과 귀를 번쩍 띄워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로봇에게 온갖 첨단센서와 인공지능을 탑재해도 집 안에서 잃어버린 지갑을 찾는 일을 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로봇이 지갑 속의 통신칩과 무선네트워크로 연결된다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처럼 로봇이 잔심부름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로봇에게 맡겨지는 임무가 단순한 방청소를 넘어서 제법 복잡하고 중요한 업무로 격상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는 로봇이 주인의 지시만 수동적으로 따르는 기계노예 수준에서 벗어나 건물 안의 물건들이 발신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가 할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 대리인(agent robot)의 단계로 진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기계로봇에게 자율적인 판단능력과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조화롭게 일하는 융통성까지 부여하는 축복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지만 로봇은 유비쿼터스 세상에서 지능을 부여받은 온갖 잡다한 물건(신발, 의복, 가구 등) 중에서 왕노릇을 할테니까.

 bailh@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