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에 디지털맹 득시글

 디지털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기기를 어려워하는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고속인터넷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IT강국에서 그 흔한 MP3플레이어조차 쉽게 다루지 못하는 ‘디지털맹’ 학생의 수가 적지 않다.

 컴맹이 판을 치던 시대의 대학생들은 그래도 학교에 다닐 만했다. 리포트는 좀 수고스럽지만 손으로 써서 제출하면 그만이고 컴퓨터 게임이 아니어도 당구·미팅 등 소일거리가 얼마든지 있었다. 게다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지 않은 과거의 컴퓨터는 개인적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디지털맹의 경우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각각의 PC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거대한 집단을 형성하며 하나의 문화집단을 이뤘는가 하면 휴대폰과 PDA 등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디지털기기에 의해 그 집단의 테두리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을 활용하지 못하거나 휴대폰 문자메시지조차 이용하기를 꺼리는 구세대 대학생은 따돌림을 당하기 마련이다. 디지털맹 학생들은 친구나 후배들에 이끌려 PC방을 찾아도 기껏해야 메일 확인 정도만 하고 열심히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 속에서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만다.

 그런가 하면 신나게 휴대폰 벨소리와 디지털 음악 파일에 대해 얘기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돼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자신의 워크맨을 쓰다듬고 있기 일쑤다.

 컴퓨터가 다운됐을 때 다시 시작하는 방법조차 모르며 어쩌다 바이러스에라도 감염되면 그만 두 손을 들어야 하는 학생도 많다. 또 디지털 카메라와 MP3플레이어를 구입하고 싶어도 프로그램 설치나 작동이 어려워 아예 관심을 끊는 디지털맹 학생이 수두룩하다. 이런 학생들의 공통점은 지레 겁부터 집어먹고 컴퓨터나 디지털기기에 대한 지식을 익히기 꺼린다는 것이다.

 한양대 사회학과 97학번 이모씨는 “인터넷에서 검색엔진을 이용해 자료를 찾을 줄 알고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받을 줄만 알면 되지 않는가. 디지털기기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배우기가 귀찮다”고 항변했다.

 <명예기자=권해주·한양대 postman66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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