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권하는 책]Genome

◆마크애니 최종욱 사장

 Genome/Matt Ridley 저, Fouth Estate 출판

 

 만약 침팬지 세포의 핵을 배양된 사람의 난자에 집어넣어 여성 자궁 속으로 이식하면 무엇이 태어날까.

 실제로 시도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침팬지가 태어날 것’이라고 게놈(Genome)의 저자 매트 리들리는 주장하고 있다.

 침팬지는 24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고, 사람은 한 쌍이 적은 23쌍의 염색체만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갖고 있는 두번째 큰 염색체(2번 염색체)는 사실상 영장류에 있는 두 개의 중간 크기 염색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다.

 염색체 수가 달라도 인간과 침팬지는 사실상 거의 차이가 없다. 두 부류 모두 32개의 이빨, 5개의 손가락, 2개의 눈, 4개의 사지, 1개의 쓸개를 가지고 있다. 사람이 갖고 있는 모든 뼈를 침팬지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의 머리 속에서 발견되는 모든 화학물질이 침팬지에도 발견된다. 면역시스템, 소화시스템, 기관지시스템, 신경시스템과 림프시스템마저도 같은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유전학적인 견지에서 본다면 인간과 침팬지는 전혀 다를 바 없는 같은 동물류일 뿐이다.

 유전자에 의해 태어나면서 죽음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4번 염색체의 유전자는 CAG의 반복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CAG의 반복 횟수다. 이런 반복이 30번, 혹은 그 이하로 이뤄져 있으면 이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CAG의 반복이 39번 이상이 되면 중년기부터 서서히 4번염색체단완결실증후군(Wolf-Hirschhorn syndrome) 증상이 시작된다. 이 증상은 조금씩 지적인 능력이 감퇴되면서 사지가 뒤틀리기 시작하고 균형을 잡지 못하며 환상에 시달려서 결국은 15∼25년 정도가 지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어떤 치료법도 아직까지는 개발돼 있지 않다.

 만약 CAG가 유전자에서 39번 나타나면 66세 정도에 증상이 시작돼 90% 이상의 환자들은 75세 정도에 치매에 걸리게 된다. 만약 40번 반복된다면 59세 정도에, 41번 반복하면 54세에, 42번 반복하면 37세에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증가해 만약 50번 정도 반복적으로 나타난 경우에는 27세 정도에 이미 치매에 걸리게 된다.

 이처럼 유전자가 인생을 결정짓는다면 인간의 지능, 질병에의 저항력,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이런 물음에 대해 매트 리들리는 하나씩 풀어 나간다.

 이 책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23개의 염색체를 우리가 인간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여러가지 의문, 즉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성적인 능력, 태도, 지능,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능력, 장수 가능성, 기억력, 질병회복 능력, 정칙적 성향, 개인의 자유의지 등에 연관시켜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물론 완벽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지금까지 이뤄진 과학적인 업적과 발견을 소개하고 결론은 독자에게 맡기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면서 상당한 충격과 흥분을 경험했다.

 그렇다면 왜 CEO가 이런 책을 읽어야 할까.

 CEO란 기본적으로 전쟁터에 나선 전투사령관과 같다고 생각한다. 사령관으로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는 천기와 지형에 대한 이해, 주변정세에 대한 분석과 전술 대처능력, 그리고 조직을 다루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기업경영과 직접 관련된 능력 외에도 기업운영의 투명성에 대한 의지와 끊임없이 배워나가려는 지적인 호기심, 어려운 일에는 먼저 뛰어들고 칭찬받을 일은 부하에게 양보하는 겸손, 그리고 결코 자만하지 않는 조심성과 성실성 등 개인적인 성품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형이나 천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이는 전투를 할 수 없듯이 기업도 기술 개발의 추세와 경제적인 흐름, 소비자들의 기호변화, 기술혁신 등에 대한 이해 없이는 기술기업의 좋은 CEO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변정세 분석과 대처 능력은 기업이 처한 환경에서 경쟁자들에 대한 분석과 경쟁기업과의 M&A, 기술제휴, 영업제휴 등 모든 방법을 구사하는 능력과 같은 것이라 생각된다.

 조직을 다루는 능력은 우선 인간과 조직에 대한 특성의 이해가 앞서야 한다. 전투 사령관이 병사들이나 장교들을 다루는 능력은 기업 CEO가 임원진이나 직원을 다루는 능력과 같다고 생각된다.

 기업 CEO가 임직원을 다루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한다. 인간이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경영결정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임직원들의 인사문제와 연봉협상, 각종 회의에서의 실적평가에서는 가능한 한 반응이 미리 예상돼야 한다. 경쟁기업들과의 협상이나 고객에 대한 영업활동, 그리고 사회적인 로비 등에서도 이런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나는 비록 우리 회사의 기술과 관련되지 않더라도 많은 책을 읽는 편이다. 책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이를 기업운영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전자에 대한 이해 없이도 기업을 잘 운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인간의 운명이나 성향, 지능과 기억력 등에 대한 유전자의 영향을 이해한다면 임직원들과의 대화와 인사정책 등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매트 리들리의 저서 게놈은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관점에서 경영인들에 권하고 싶다.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는 어떤 경영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든, 호텔이나 은행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이든 결국 모든 문제는 사람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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