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게임의 묘미는 역시 현실을 방불케하는 ‘리얼리티’에 있다. 여기서 ‘리얼리티’란 그래픽적인 사실감을 뜻하지 않는다. 현실에 등장하는 모든 복잡다단한 문제점과 경우의 수를 게임 내에 모두 녹여내고 있다는 뜻이다. 현실세계에서 마주하게 되는 복잡한 실타래를 게임을 통해 만나고 이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쾌감에 빠지다보면 게이머들에게 하룻밤은 짧기만 하다.
특히 올 겨울에는 경영 시뮬레이션의 대명사로 통하는 ‘롤러코스터 타이쿤’과 ‘심시티’ 후속작이 차례로 나와 게임 마니아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롤러코스터 타이쿤2’는 지난 98년에 발매된 놀이공원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 ‘크리스소이어의 롤러코스터 타이쿤’의 후속작. 이 후속편이 나오기까지 전세계에는 ‘타이쿤’이라는 이름을 단 아류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원작의 후광이라도 입어볼까 유행처럼 쏟아져나오기도 했다.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시티’ 시리즈도 더 말할 것 없이 유명하다. 지난 89년 출시된 ‘심시티’를 시작으로 93년 ‘심시티2000’ 99년 ‘심시티3000’ 등 ‘심시티’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700만장 이상 판매됐다.
두 게임 모두 클릭 몇 번만으로도 현란한 놀이기구와 고층 건물들이 척척 만들어진다는 점에서만 보면 어린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쉬운 게임이다. 그러나 롤러코스터의 각도, 공원 벤치의 위치, 도시 수도관 시설 구성방법, 인구 급증에 따른 소방 인력 증가분 등의 문제들을 하나씩 따져나가기 시작하면 전문가들의 학습용으로 써도 될 만큼 어려운 게임이 된다. 게임내용이 매우 방대하다보니 난이도의 스펙트럼도 매우 넓다.
이번에 출시된 ‘롤러코스터 타이쿤2’와 ‘심시티4’ 모두 게임내용은 더욱 풍부해진 반면, 인터페이스는 각종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한층 간단해진 것이 특징이다. ‘롤러코스터 타이쿤2’는 세계적인 테마파크 ‘식스플레그(Six Flags)’의 다양하고 신나는 놀이기구들을 재현, 더욱 신나는 놀이공원 만들기가 가능하다.
전작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 롤러코스트, 놀이공원을 한층 매력적으로 꾸밀 수 있는 아기자기한 아이템, 특정 시설 줌인 기능 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하드코어 유저들을 위해서는 전편의 두 배에 달하는 초대형 맵을 제공한다. 2D 그래픽이라는 점은 아쉬움이 남지만 시나리오 에디터를 이용하면 게이머의 입맛에 더욱 맞는 테마파크를 탄생시킬 수 있다.
‘심시티4’에서는 화산을 폭발시키고 회오리 바람을 불러오면서 산과 계곡을 만들어가는 신이 될 수도 있고 각 도시의 자원을 공유하고 경쟁도 하면서 도시를 가꿔가는 시장이 되기도 한다. 특히 새롭게 도입된 자신의 아바타인 ‘심’을 자신이 만든 도시에서 살게 하면서 그의 생활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다.
예전의 심시티가 주로 도시의 지정학적 묘사에 중점을 두었다면 ‘심시티4’는 도시경영과 개인의 삶을 접목시켜 더욱 현실감을 증폭했다. 입체감 넘치는 건물들도 더욱 지능화돼 주변의 다양한 환경요소의 영향을 변화무쌍하도록 설계했다. 대형화재 같은 큰 재해 발생시 나오는 에피소드들도 게임의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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