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미국 로욜라대학에서 문화콘텐츠 중간관리자 과정 수업을 받고 있는 전문인력들이 강의실 앞에서 지도교수인 테레사 y 심 교수(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와 함께 모여 있다.
디지털과 인터넷이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특히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 등은 문화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한 저변확대와 기반기술 개발 및 유통시스템 구축, 전문인력양성, 수출환경 조성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각계 전문가 및 정부기관들은 이 가운데서도 수출 활성화를 가장 궁극적인 과제로 꼽는다. 협소한 국내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해외시장으로 진출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사실 문화콘텐츠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따지고 보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능력 갖추기다.
전자신문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함께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시장으로 지목되고 있는 미국·유럽·일본·중국 등의 문화콘텐츠산업 동향과 이들 지역으로의 진출 방안 등을 현지 취재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문화콘텐츠산업 최강국은 미국이다. 미국은 할리우드 영화를 바탕으로 이미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다. 시장 점유율면에서 2∼3위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이나 유럽조차도 근접할 수 없는 막강한 경쟁력이다.
미국에서는 ‘문화콘텐츠’를 ‘엔터테인먼트’로 표현하고 있다. 미국은 영화나 TV프로그램은 물론 애니메이션과 게임·음반 등 모든 콘텐츠를 ‘놀이상품’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모든 엔터테인먼트 상품이 순수 문화나 예술작품이라기보다는 철저한 비즈니스 차원에서 기획되고 제작·유통된다. 미국이 문화콘텐츠산업에서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는 철저한 시장 원리와 더불어 이같은 상업주의가 크게 한몫하고 있다. 사실 미국의 모든 엔터테인먼트산업은 ‘돈을 낸 만큼 즐겁게 해준다’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지 시장조사 및 컨설팅업체인 PwC(Price waterhouse Coopers)가 조사·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영화 및 애니메이션과 음반·놀이공원 등의 분야에서 지난 2001년 523억 5900만달러 규모에 달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543억3000만달러 규모로 늘어났다. 또 올해는 567억 500만달러 규모를 형성하고 오는 2006년에는 645억2700만달러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영화나 음반 등의 분야에서 자국 시장에서만 세계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음을 나타내주는 지표다. 특히 미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타산업 분야와는 달리 경기와는 무관하게 연평균 5.5% 정도의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특징은 상품의 제작단계에서부터 파생상품 시장을 염두에 두고 브랜드 구축 및 철저한 원소스멀티유스 전략을 구사하는 프랜차이즈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영화를 제작하더라도 각 지역의 상영관은 물론 비디오·DVD시장 및 각종 방송매체 등을 통해 시계열로 방송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또 이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캐릭터를 상품화하고 다양한 파생상품을 대거 출시함으로써 제작에 돌입하기 이전에 미리 성공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위험을 분산하는 동시에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어 냄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 영화와 게임, 영화와 애니메이션, 만화와 영화, 영화 및 애니메이션과 공연까지도 밀접하게 연계함으로써 수익구조를 통합하는 다플랫폼화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상품이 자국 내에서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속속 대박을 터뜨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처럼 기획단계에서부터 성공할 수밖에 없는 상품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철저함의 배경에는 미국에서도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성공할 경우에는 엄청난 수익을 올리 수 있는 반면에 크게 성공할 수 있는 확률도 그만큼 낮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또 다른 특징이라면 다른 모든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변호사와 함께 일하지 않고서는 비즈니스가 불가능할 정도로 저작권과 관련한 문제가 까다롭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엔터테인먼트상품 배급사 및 제작사와 배급사를 연결해주는 에이전트 사업은 대부분 법률가 집단이 담당하거나 아예 변호사들이 직접 배급사는 물론 에이전트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원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확보, 원천 저작물과 파생상품간 저작활용권 및 수익배분 업무를 담당하면서 파생상품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50% 정도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철저한 시장원리에 맡기는 등 정부가 기업환경 조성에 최대한의 배려를 해주고 있는 점도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추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피터 윈클러 PwC 글로벌마케팅 디렉터는 미국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강한 이유로 △시장 규모와 △일반 제조업과 동일한 세금을 적용하는 등 기업에 유리한 경제시스템 △세계적인 수준의 기반기술 인프라 △누구나 쉽게 기업을 할 수 있는 환경 등을 꼽는다.
◆상품화 결정되면 다음 단계 `일사천리`
"한국은 국내 시장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들은 처음 기획단계에서부터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판매할 것을 고려해 계획을 짭니다. 특히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함께 논의하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캐릭터 상품을 내놓는 등 철저한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원소스멀티유스’를 구현하는 거죠.”
미국 LA에 소재한 로욜라 메리마운트대학에서 만난 국내 문화콘텐츠 관련 기업의 전문인력들은 미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처음 접하면서 ‘위압감’을 느꼈노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국에서는 각 기업의 대리에서부터 차장 및 실장에 이르는 중간관리자인 이들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실시하는 8주 일정의 문화콘텐츠 중간관리자 과정에 참여, 이미 7주 동안 현지 전문가 초청해 이루어진 강연과 현지 업체 방문 등을 통해 미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강점을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미국과 한국은 문화적인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의 문화를 알고 접근할 수 있게 됐으며 처음에 위압감으로 다가왔던 장벽을 넘을 수 있는 방안도 배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들이 꼽은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할리우드에 관련 기업과 인력이 모두 모여 있는 점이다. 할리우드에만 현재 10만건 이상의 시나리오가 흘러다니고 이를 소개, 자료화한 ‘피치’도 수천건에 달할 정도로 자원이 풍부하며, 이를 작품화하기 위한 기획사에서부터 제작사·배급사·에이전트·스튜디오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 일단 상품화가 결정되면 그 다음단계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또 국내와는 사뭇 다른 파이낸싱 시스템도 이들이 부럽다고 밝힌 미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요인이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경우 상품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만 있어도 이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만들고 캐릭터 및 학용품 업체들로부터도 자금을 끌어모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어 사업화가 쉽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대원 C&A의 김원규 과장은 “우리는 거창한 계획부터 세우고 추진하다가도 결국에는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 기업들은 작은 아이디어에서부터 출발해 결국에는 대작을 만들어 낸다”며 “이를 위해 미국 기업들이 프리 프로덕션 이전의 기획단계에만 1∼2년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 완벽한 성공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우리도 배워야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에이트픽스의 임진영 팀장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영어에 능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현지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조언한다. 미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현지 문화를 알아야 하고 문화를 알려면 우선 언어부터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할리우드의 경우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최근 들어 아이디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같은 상황을 잘 이용하면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한층 쉬워질수도 있다”고 제안한다.
이와 관련, 지패밀리 엔터테인머니트의 우동우 부장은 “할리우드에서도 수천건의 피치 가운데 실제 작품화되는 것은 몇 편에 불과하며 이조차도 흥행을 보장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지 기업들은 특이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며 “특히 미국 영화 제작사들이 최근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아이디어를 수입하기 시작한 데 이어 한국 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은 활용할 만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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