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혁명이 시작됐다](1)`마이크로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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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에는 수천개의 교량과 수만개의 소방대상물 및 환경오염 배출시설물들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도시의 수많은 가로등과 교각, 상수도 파이프라인, 건물의 구조물, 폐수나 대기오염 배출구를 현장 공무원들이 일일이 점검하고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도 도시 속에는 수많은 위험들이 방치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4년 10월, 성수대교가 한순간에 무너지며 32명이 목숨을 잃었고 95년에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면서 무려 502명이 사망했다. 서울의 오존주의보 발생건수는 지난 96년 11회에서 2000년에는 22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위험 요소가 도시 전체에 팽배해 있는 것이다.

 성수대교가 붕괴되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시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귀로 교수는 불안한 도시 시설물 속에 무선 네트워크가 가능한 단말장치를 심고 이들을 연결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수집, 관리할 수 있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를 상상했다. 미래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어떤 새로운 기술이 필요할지 남들보다 한발 앞서 고민했다.

 오랜 고민끝에 이 교수가 내린 결론이 감시 및 무선통신 기능을 가진 ‘미세정보시스템’의 개발이다. 그래서 KAIST에 미세정보시스템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미세정보시스템연구센터는 이처럼 남들보다 한발 앞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미세정보시스템이란 단어 자체가 이 분야 전문가들에게조차 생소한 개념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어떤 정보라도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편리하게” 교환할 수 있도록 유비쿼터스 기능을 지닌 휴대정보시스템용 핵심 기술을 센터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나라가 가장 강점을 지닌 반도체와 무선통신 기술을 한데 묶어 경쟁력 있는 독창적인 기술을 만드는 개발 전략을 선택했다.

 지난 6년간의 연구 노력 결과 연구센터는 21세기 초미세(microscopic) 정보기술 분야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여러 감시 및 진단기능을 갖고 무선통신을 할 수 있는 동전만한 크기의 미세 원격정보시스템인 ‘마이크로스(MICROS:Micro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Remote Object-oriented Systems)’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MICROS는 크기가 동전만하고 약 2년 이상 배터리가 지속될 정도로 극소 전력을 사용한다. 기능적으로는 최소한의 컴퓨팅 능력과 함께 무선랜과 같은 양방향 무선 네트워킹 통신 능력을 보유했다. 제품 단가 역시 대량 생산과 보급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따라서 MICROS가 제공하는 무선 네트워크 기능을 활용하면 수없이 많은 교량·환경시설물·백화점·박물관 등 각종 물리공간들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 도시 공간과 공공시설에 MICROS를 부착(삽입)해 감지(sensing), 추적(tracking), 감시(monitoring), 행동화(actuator) 역할을 수행하는 원격 네트워크용 단말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국의 모든 교량과 교각에 안전진단용 MICROS를 내장하고 이를 연결하면 별도의 전문인력 없이도 육안으로 관찰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게 교량의 안전을 진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실시간으로 내릴 수 있다. 폐수나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모든 지점에 MICROS와 오염감지 센서를 뿌려두면 환경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일반에게 공개할 수 있다. 교통유발부담금 부과대상 건물에는 차량 유출입 센서와 MICROS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교통량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정확히 계산된 세금 부가가 가능하다.

 이처럼 MICROS는 공간과 사물, 그리고 사람을 하나로 연결해 정부·기업·시민이 수행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보다 투명하고, 정확하고, 지능적이고, 편안하고,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미세정보시스템연구센터도 최근 MICROS의 공식 명칭을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를 위한 극소전력 소모 라디오’로 정했다. 즉 센서 네트워크처럼 특정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도록 비트당 최소 에너지 소모로 최소의 주파수 대역폭을 차지하는 초소형 원격 무선정보시스템이란 의미다.

 지난 6년간 MICROS 개발 프로젝에는 통신시스템 및 신호처리와 반도체 회로 설계, 마이크로웨이브, 센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 등 총 18명의 교수가 참여했다. 이같은 극소전력 소모 반도체 및 센서기술에 대한 개발 노력은 158편의 국제 저널과 263편의 국제 학술회의를 통해 소개됐고 이미 총 32개의 국내 및 국제 특허를 취득했다.

 특히 MICROS는 초광대역(UWB) 기술 가운데 저전력 개인용 무선네트워크(WPAN) 분야의 세계 표준규격인 IEEE 802.15.4 를 만족하는 세계 최초의 프로토타입 제품으로 인정받아 오는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반도체 학술행사인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세미나를 통해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미세정보시스템연구센터는 6년 전인 지난 96년부터 이미 모든 공간과 사물에 컴퓨팅과 무선 네트워크 기능이 내장되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준비해온 것이다.

 

 

 ■미세정보시스템이란

 ‘미세정보시스템’은 KAIST 미세정보시스템연구센터가 독자적으로 구상한 독창적인 단어다.

 우선 물리적으로는 크기가 동전만하고 약 6개월 이상 배터리가 지속될 정도로 극소전력을 사용하며, 기능적으로는 최소한의 컴퓨팅 능력과 함께 무선랜과 같은 무선 네트워킹 통신기능을 지닌 양방향 단말장치를 의미한다. 대량생산과 보급이 가능하도록 제품 생산가격도 1000원 이하 수준이어야 한다. 따라서 비트당 최소 에너지와 주파수 대역폭을 차지하고 통신거리가 긴 고도의 무선 정보시스템을 얼마나 빠른 납기(TAT:Turn Around Time=1/Programmability)로 생산할 수 있느냐가 미세정보시스템 개발의 관건이다.

 이를 위해 극소전력 소모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와 극소전력 소모 무선통신 알고리즘, 극소전력 소모 센서, 나노컴퓨터시스템, 마이크로통신시스템, 피코소자, 저가격 마이크로 패키징, 에너지 변환, 미소 에너지 인지기술 등 전자공학 및 정보통신 분야의 각종 첨단기술들이 종합적으로 투입된다. 미세정보시스템연구센터 내부적으로는 배터리로 구동되는 안전진단용 미세정보시스템에서 출발해 태양전지로 구동되는 환경감시용 시스템, RF 또는 초음파 등의 에너지로 구동되는 건강진단용 MICROS 개발을 단계별 연구목표로 잡고 있다.

 

 

 ◆인터뷰:이귀로 미세정보시스템연구센터 소장

 “미세정보시스템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 연구진들이 처음으로 만든 개념입니다.”

 지난 6년간 KAIST 미세정보시스템연구센터를 이끌어온 이귀로 소장은 최근 개발한 마이크로스(MICROS) 미세 원격정보시스템이 선진국의 기술을 조합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연구진들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된 독창적인 제품임을 강조한다.

 이 소장은 특히 “MICROS 구상이 KAIST 전자공학과 교수들에 의해 이미 96년에 수립된 데 반해 세계 전기전자엔지니어협회(IEEE)는 2000년에야 이러한 구상에 대한 표준화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라며 미세정보시스템 개념의 독창성을 주장하는 실제 근거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국내 연구환경 속에서 선진국에서조차 사례가 없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쉽게 수용되지 않았을 것임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이 소장은 ‘이런 기술을 개발하면 이런 곳에 쓰일 수 있다’는 기술 푸시(technology push) 개념보다는 ‘미래시장을 위해서는 이런 기술이 필요하다’는 시장 당김(market pull)의 연구개념을 강조해 왔다.

 “지난 6년 동안 우리 센터가 개발해온 미세 원격정보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기업이나 전문가는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유비쿼터스 개념이 새로운 IT패러다임으로 부상하면서 MICROS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놀랄 만큼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최근까지만해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 국내 대그룹 계열 전자업체들이 유비쿼터스 시대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할 마이크로스 기술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며 기술이전을 통한 제품상용화 의사를 밝히는 등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이 소장의 귀띔이다.

 “신이 우주라는 거대 시스템을 창조했듯이 인간도 인터넷이라는 거대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신은 원자라는 미세시스템도 창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들도 이제는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인 실리콘을 이용해 MICROS라는 새로운 미세정보시스템을 창출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소장은 언제 어디서나라는 목표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MICROS와 같은 미세정보시스템이 반도체와 무선통신 기술을 상승적으로 한데 묶어 새로운 IT시장을 창출하고 우리나라 전체 산업과 경제 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팀장 :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성호철특파원(일본)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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