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IT화 현장을 가다](14)진일정밀기계

진일정밀기계는 협업적 IT화 사업을 통해 ERP와 SCM을 구축하고 전 업무의 통합을 일궈냈다. 직원들이 ERP를 통해 웹상에서 자재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 97년 이른바 ‘대우사태’ 당시 대다수 대우자동차 협력사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자동차산업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간의 수직적 관계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인데 원청업체의 부도가 잇따른 하청업체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경남 양산 소주공단에 위치한 진일정밀기계(대표 권태도)는 비록 대우자동차 협력사는 아니지만 최대 협력사 중 하나인 대우정밀(옛 대우통신)에 리어스핀들(고속회전체)을 납품하는 전형적인 중소 제조업체다.

 대우사태 당시 6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30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업체로 꼽힌다. ‘납품처 다변화’와 IT를 접목한 ‘경영혁신’이 바로 그 비결이었다.

 대지면적 1000여평의 이 회사 공장은 지난 3년간의 시련을 딛고 24시간 가동되고 있다. 80%의 매출을 담당했던 대우정밀에 납품량을 줄이는 대신 98년부터 현대 상용차 리어스핀들 가공을 시작했다. 이어 현대자동차 1차 납품업체인 일진의 협력업체로 등록하면서 거래선 다변화를 일궈낸다.

 진일정밀기계의 위기극복에 반드시 회자되는 것이 바로 ‘사내 IT화 도입’이다. 진일은 지난 2001년말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직원수 33명의 중소기업으로는 다소 파격적인 사내 IT화 도입에 나선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협업적 IT사업을 신청하고 대우정보시스템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를 통해 진일이 얻어낸 것은 전 업무를 하나로 통합한 전사적자원관리(ERP) 및 원청업체와의 수발주 업무를 웹으로 구현한 공급망관리(SCM) 시스템이다.

 권태도 사장은 대우정보시스템의 주 전산기와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사내 ERP시스템을 수시로 확인하며 자재·창고·생산·관리·영업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ERP 구축 이후 개선현황을 보면 물류정보의 실시간 활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선 고객사와의 물류조달기간이 기존 2∼3일에서 1일로 단축됐다. 또 제품납기 준수율도 증가했고 이에 따른 고객사들의 신용도도 크게 향상됐다.

 물류시스템도 ERP를 통한 통합적자원관리에 힘입어 크게 개선됐다. 생산 실적 집계시간이 1일에서 실시간으로 가능해졌고 재고수불자료 집계시간도 1일에서 실시간으로 단축됐다. 특히 전사 차원의 업무 프로세서 표준화, 결산기간 단축(3일에서 1일로)을 통한 신속한 경영정보 제공효과도 맛보고 있다.

 SCM의 경우 최대 납품처인 대우정밀 SCM과 연계돼 수주 및 원부자재 발주관리를 웹으로 구현한다. 또 원자재 및 부자재의 창고관리, 각종 공정관리(품질 및 작업관리), 완성품 창고관리(출하대기), 출하관리 순으로 진행되는 공급망 상의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 실현하고 있다.

 “사실 기업의 IT화가 중요하다는 얘기는 수없이 들었지만 실제 도입·적용하는 과정에서 우리 같은 소규모 업체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그런 점에서 ERP·SCM 구축은 일종의 모험이었지만 성공적인 구축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제 권 사장은 사내 IT화를 일군 자신감을 토대로 ‘품질경영체제’ 구축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어떤 업체인가=지난 79년 진일공업사를 모태로 출범한 진일정밀기계는 89년 법인화에 이어 대우정밀 정밀기계부품 협력업체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자동차 부품업체로 발돋움한다. 지난해 2월에는 대우정밀로부터 QPS101을 획득하고 품질경영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0억원, 올해는 4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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