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전쟁` 서울증시 폭격

 주식시장이 연일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올해 장이 열리는 마지막 날 사상 최저치 근방까지 떨어져 대선 이후 주가 상승을 예상했던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30일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29.37포인트(4.47%) 떨어진 627.55로 마감됐다. 이는 지난 10월 15일(629.57) 이후 두달반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이틀간(거래일 기준) 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순매수세를 유지했던 외국인들도 이날 순매도로 돌아서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현물시장이 이처럼 폭락하자 주가지수 선물시장도 동반 하락해 오전 11시 45분 프로그램 매매가 5분 동안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시장은 더욱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지난 주말대비 1.92포인트(4.45%) 하락한 44.36으로 장을 마쳐 지난 10월 11일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43.67) 근방까지 추락했다.

 종목별로도 오른 종목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주식값이 오른 종목은 상한가 7개를 포함해 97개에 불과했던 반면 내린 종목은 하한가 13개를 포함해 693개에 이르렀다. 코스닥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오른 종목은 상한가 15개를 비롯해 129개였고, 내린 종목은 하한가 46개를 포함 무려 657개를 기록했다.

 특히 양시장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낙폭이 커 주식시장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거래소시장 시가총액 상위 20위안에 속하는 전종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전주말대비 6.55% 떨어진 31만4000원으로 마감돼 32만원선이 무너졌으며 KT와 SK텔레콤은 각각 2.50%, 1.72% 떨어진 5만700원, 22만9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20위 종목 중에는 유일하게 하나로통신이 강보합세를 보였다. NHN은 9.55% 폭락해 시가총액 상위종목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으며 KTF와 LG텔레콤은 4%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주식시장의 급락은 미국·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북한 핵문제에 대한 우려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데다 뚜렷한 매수주체가 나타나지 않는 등 수급불안이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렇듯 암울한 대내외 증시요인들이 향후 전망을 어둡게 만들면서 대선 이후 상승장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물량과 내년 1월 효과를 예상하고 투자했던 물량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투매는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단기 반등을 노린 저가 매수세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다. 가격 논리에 따른 반등이 나타나면 내년 1월 장은 예상외의 상승장이 펼쳐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북핵과 관련해 주변국들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등 대내외 변수가 해결될 여지가 있는 데다 지수 추가 하락시 가격메리트를 노린 매수세가 들어올 가능성도 높다”며 “내년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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