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시끌해야 흥행에 성공한다?’
영화의 성공을 위한 홍보 마케팅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영화의 경우 지나치게 과장된 설정과 억지 이벤트로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영화 홍보는 영화 흥행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 연간 300∼400편의 신작 영화가 개봉되는 상황에서 노출빈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발한 홍보전략이 필수적이다. 이 가운데 하나가 다소 과장된 설정으로 입소문을 퍼뜨리는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 내용은 황당하지만 일단 “앗! 그런 일이 있었나”라는 반응을 유도해 영화 자체를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최근의 영화 홍보 가운데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보는 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허탈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 지나치다는 반응을 낳고 있다.
‘휘파람 공주’는 31일 개봉하는 ‘007 어나더데이’와 연계시켜 007이 반한(반북)영화인데 반해 반미영화라는 억지 대비로 혼란을 던져주고 있다. ‘휘파람 공주’는 서울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딸이 실종되자 남북 공조 프로젝트팀이 그녀를 납치해 한반도 화해무드를 저지시키려는 미국 CIA팀에 맞서게 되는 내용을 그린 코미디. 북한이라는 미묘한 소재를 코미디로 연결시켜 남북간에 따뜻한 휴먼 스토리를 전하거나 미국의 실체를 가벼운 에피소드식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단순 코미디 영화를 반미영화로 규정해 현재의 시류에 편승하려는 부분은 상당히 어설프다. 또 영화광인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에서 ‘휘파람 공주’를 관람할 수 있도록 시사회를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은 듣기 거북할 정도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경우 선거직전 기호 4번 권영길 후보와 운명적 격돌이라는 홍보로 보는 이를 황당하게 했다. 지난 6일 전주에서 뇌쇄적인 포스터, 아슬아슬한 의상을 입은 정체불명의 아가씨들이 기호 4번(예지원 분) 선거 유인물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하자 같은 날 근처에 있던 권 후보측 선거운동원들이 긴장했다는 내용인데 억지로 만든 이벤트라는 성격이 역력하다.
‘007 어나더데이’도 비웃음을 사고 있다. 올 겨울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영화가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라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 이 두 영화는 최근 영화관객의 70% 가까이 점유하면서 연말연시 극장가의 양대산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007은 블록버스터 빅 3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반지, 해리포터와의 경쟁에 이름을 끼어넣고자 하고 있으나 애처롭기까지 하다. 007의 명성이 이미 바랬고, 해외에서와는 달리 ‘007 어나더데이’의 내용이 한국과 북한을 잘못 묘사한 부분으로 인해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뻔한 노림수라는 것이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도 기타치는 대통령이라는 선거운동과 연계시켜 분위기를 띄울려고 작정한 케이스이며 ‘반지의 제왕’은 23일 영화 홈페이지 사상 최초로 해킹 당했다는 내용을 자랑스레(?) 떠들며 영화인기를 이상한 방향으로 홍보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과장된 마케팅은 오히려 영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게 되므로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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