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에 도전한다](24)인터넷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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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의 울창한 밀림으로만 알았던 ‘아마존’이 사이버 세상의 유통 지도를 바꿔 놓았다. 인터넷쇼핑이라는 모델 하나로 새로운 유통 트렌드를 만들었으며 미래기업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닷컴 신화의 상징이자 대명사가 돼 버린 아마존은 인터넷 시장이 폭발하기 직전인 지난 90년 중반 세상에 선보였다. 설립자인 제프 베조스는 아내 맥켄지, 5명의 친구들과 함께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차고 한편에서 3대의 서버로 쇼핑몰을 오픈했다. 이어 아마존은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일약 ‘사이버스타’가 되었고 아마존의 성공 신화를 계기로 수많은 인터넷쇼핑몰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우리나라도 90년 중반부터 본격적인 전자상거래 시대가 열렸다. 지금은 온라인 쇼핑몰만 무려 1500개에 달한다. 이 중 아마존에 버금가는 쇼핑몰을 꼽으라면 ‘인터파크’를 빼놓을 수 없다. 인터파크는 사실 LG이숍·삼성몰·롯데닷컴 등과 비교해 기업 규모와 매출, 상품 아이템 면에서 다소 뒤떨어진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알게 모르게 그룹의 ‘후광’이나 이미 인지도를 쌓은 브랜드로 성장했다면 인터파크는 초기 데이콤의 도움을 제외하고는 혈혈단신으로 ‘빅 플레이어’ 반열에 올랐다.

 아이디어와 벤처정신, 비전 하나로 출발한 아마존과 인터파크를 찬찬히 뜯어보면 놀랄 정도로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아마존은 쇼핑몰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95년 7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거래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파크는 이보다 1년 뒤인 96년 6월 롯데닷컴과 함께 ‘국내 쇼핑몰 1호’로 문을 열었다. 취급하는 상품 아이템도 두 회사 모두 공교롭게 ‘책’이었다. 이어 아마존은 CD·비디오·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온라인 약품 사이트 드럭스토어까지 인수하면서 의약품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의류·액세서리 매장까지 갖추는 등 상품 카테고리를 넓혀 가면서 종합 쇼핑몰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중이다. 지금은 취급상품 수만 470만종에 달한다.

 북파크로 출발한 인터파크도 티켓파크·PC파크·게임파크·투어파크 등 잇따라 카테고리별로 전문 몰을 오픈하며 명실상부한 종합몰로 새롭게 위상을 바꿔 나가고 있다. 지금은 김치·쌀 같은 1차 식품류에서 가정용품·패션잡화·유아아동용품·명품·디지털가전 제품까지 50만종이 넘는 상품을 갖추고 있다. 지난 6월에는 2002 한일월드컵 입장권 판매 대행사로 선정돼 영화·공연·스포츠·레저 등 예매 서비스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두 기업의 성장신화 역시 한 편의 드라마다.

 아마존닷컴은 99년 주당 18달러로 주식을 나스닥에 공개했다. 그로부터 1개월 후 주당 100달러에 거래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99년 당시 시가총액은 213억달러 선이었다. 이는 당시 아마존닷컴의 오프라인 경쟁 상대였던 미국 500대 기업의 하나인 반스앤드노블의 약 10배 이르는 금액이었다. 90년대 중반에서 후반까지 160여개 나라에서 800만명이 아마존에서 물품을 구입했고 이 중 두 번 이상 주문한 고객이 500만명이었다.

 아마존닷컴은 사업 초기 홍역을 치렀다. 97년 1억478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으나 2760만달러 손실을 보았고 적자 행진은 2001년 3분기까지 이어졌다. 2001년 4분기에 마침내 509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주당 1센트에 불과한 수익이지만 월가에서는 주당 7센트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아마존 주가는 그날 24%나 상승해 12.60달러에 마감됐다.

 인터파크는 97년 2억65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99년 99억원에 이어 올해에는 1400억원을 기록할 예정인 등 5년만에 약 500배 성장하는 기염을 발휘했다. 아마존처럼 매출은 늘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던 인터파크는 올해 2분기에 소폭이긴 하지만 6000만원의 이익을 달성해 서비스 개시 후 첫 분기 흑자를 실현했다. 회원 수는 97년 1만8000명에서 지금은 240만명으로 늘어났다. 일평균 페이지뷰는 450만, 일 평균 순방문자 수는 롯데백화점 본점에 맞먹는 20만명에 달하는 쇼핑몰로 성장했다.

 해외시장도 엇비슷한 시기에 진출했다. 아마존닷컴은 98년 10월 영국과 독일을 시작으로 2000년 8월 프랑스, 11월 일본에 진출했으며 전세계 10여 군데에 배송센터를 두고 있다. 인터파크는 2000년 5월 중국 베이징에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2001년 12월엔 일본 도쿄에 진출한 데 이어 그 해 4월 인터파크재팬 사이트를 오픈했다.

 두 회사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시장에서 직접 부딪친 적은 없다. 아마존이 지난 2000년 삼성몰과 제휴해 ‘크리센스’라는 서적 사이트를 열었지만 설립 6개월만에 문을 닫으면서 한판 승부를 벌이지 못했다.

 유통 소매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아마존과 인터파크가 과연 국경을 초월한 사이버세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성장신화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인터뷰-아마존닷컴 제프베조스 사장

 94년 당시 시장 조사업체에서 나온 인터넷 비즈니스 보고서는 당시 사회 초년병이었던 제프 베조스(38)에겐 충격이었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2005년까지 연평균 200∼300% 성장을 지속한다는 내용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결국 프린스턴대학에서 전기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제프는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사 쇼(D.E.Shaw)의 최연소 부사장 자리를 버리고 서쪽으로 향하게 된다. 시애틀에 도착해서 사업 계획서 초안을 노트북에 작성하고 닷새 후 시애틀 베렐류 근교의 임대 주택 차고에 회사를 차리고 쇼핑몰 서비스를 시작했다. 바로 아마존닷컴의 탄생이다. 이어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면서 온라인 소매업체의 대명사로 떠올라 ‘아마존 신화’를 만들게 된다.

 제프 베조스는 쇼핑몰을 오픈하면서 세 가지에 초점을 맞췄다. 폭 넓은 선택, 최대한의 편의성, 낮은 가격이다. 아마존은 400만권이 넘는 책을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에서 다루는 책 목록을 카탈로그로 제작하면 서울 시내전화번호부 40권 분량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점이라도 18만권 정도밖에 다루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아마존에서는 어떤 채널보다도 손쉽게 원하는 책을 구할 수 있다. 아마존에서는 주차 걱정,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기 위해 돌아 다녀야 하는 수고도 덜어 준다. 임대비·건축비·빌딩 관리비 등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이유로 신간을 비롯한 모든 책을 15∼40%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운송비를 고려해도 일반 서점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하다.

 제프 베조스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또 이를 어떤 매체보다도 경쟁력 있게 제공해 줄 수 있다면 비즈니스에서 승리자가 될 수 있다”며 “아이디어는 쉽지만 정말 어려운 것은 실행”이라고 강조한다.

 

 ◆인터뷰-인터파크 이기형 사장 

 ‘국내 쇼핑몰 1호’ 인터파크의 역사는 지난 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이콤 사내 독립 사업부로 출발한 인터파크는 인터넷을 통한 유통 모델의 하나인 몰앤몰 방식으로 쇼핑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97년 10월 인터파크로 독립하면서 몰앤몰 서비스를 모 기업인 데이콤에 넘기고 도서 전문점인 북파크 사업을 필두로 단일 전문몰을 잇따라 오픈했다. 지금은 회원 수 240만명, 상품 수 50만 종을 갖춘 종합 쇼핑몰로 성장했다.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리빙(Living)·키즈(Kids)· 푸드(Food)·게임(Game) 등 총 16개 전문몰을 갖추고 있으며 홈시어터·골프숍·애완동물숍 등 70여개의 카테고리 킬러 숍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국내 첫 인터넷쇼핑몰이라는 확고부동한 브랜드 인지도, 상거래 솔루션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력, 6년이 넘게 축적된 마케팅 경험과 비즈니스 노하우가 강점이다. 이 덕택에 한국전자상거래 대상(2000년)을 비롯해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선정한 국가고객만족도 인터넷쇼핑몰 부문 1위(2001년), 경실련 선정의 개인정보보호 우수사이트 등으로 웬 만한 상을 모두 휩쓸었다.

 인터파크 설립자이나 대표인 이기형 사장(42)은 80년대에 20대를 보낸 소위 386세대다.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이 사장은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 천문학과에 들어가 학창 시절을 보냈다. 대학 졸업 후 삼성전관에 입사한 후 91년 직장을 데이콤으로 옮긴 이 사장은 데이콤 대리 시절인 96년 회사에 낸 사이버쇼핑몰 아이디어가 소사장 제도로 채택되면서 인터파크를 창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기형 사장은 “인터넷을 기반한 전자상거래는 해마다 2, 3배씩 급증해 앞으로 몇 년 이내에 온라인을 통한 제품의 판매와 서비스 규모가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인터파크를 인터넷과 컴퓨터가 있는 세계 어느 지역, 누구나 접속해 편리한 상거래 서비스를 이룰 수 있는 열린 창으로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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