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6대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넷과 휴대폰, 방송 등을 활용한 사이버·모바일·미디어 선거로 요약된다. 거리유세나 대중집회와 같은 전통적인 선거운동 방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 사이버와 미디어 선거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 결과 안방에서 후보들을 비교·검증할 수 있는 이른바 ‘안방정치’가 가능해졌고 각 정당의 선거비용도 크게 줄었다. 특히 과거 50만∼100만명의 거대청중을 동원하며 세를 과시했던 모습은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사이버 선거=지난 97년 대선때만 해도 사이버 선거는 걸음마 수준이었다. 그러나 5년 사이 인터넷인구가 급증하면서 후보별 홈페이지를 만들어 네티즌의 표심을 잡고 인터넷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상식이 됐다. 따라서 주요 정당들도 공식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후보의 성장과정을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로 표현하고 연설 장면과 광고 등을 동영상으로 제공했다. 또 인터넷을 이용한 공명선거운동과 투표참여 캠페인도 활발하게 벌어졌다.
이같은 사이버 선거운동은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층의 정치참여를 유도하고 돈과 조직선거를 줄이는 부수효과를 불러왔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이 활기를 띠면서 익명을 전제로 한 사이버 공간이 불·탈법 선거운동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인터넷을 통해 상대 정당과 후보를 허위비방하거나 각 후보 찬조연설자 등에 대한 사이버테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지난 97년 대선 당시 77명에 불과했던 사이버 선거사범이 이번 대선에서는 730명으로 늘어나 전체 선거사범의 60%를 차지했다.
선관위도 사이버 검색반을 구성해 24시간 감시체계를 구축했으나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많았다. 특히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는 선거운동 환경에 선거법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따라서 세계적인 IT인프라를 활용해 한국정치의 고비용·저효율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사이버선거제도와 함께 네티즌간의 자율적인 사이버선거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모바일선거=이번 대선에서는 전국민의 보편적 통신수단인 이동전화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유혹하는 새로운 선거운동 매체로 급부상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뿐만 아니라 통화연결음, 벨소리, 캐릭터 서비스 등 활용방법도 다양해졌다. 휴대폰 선거전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무선인터넷 홈페이지(폰페이지)다. 지난 6월 지자체 선거때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일부 사용되기는 했지만 선거와 관련해 무선인터넷 홈페이지가 만들어지기는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주요 후보간 이동전화 선거전과 함께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대선 정보서비스 경쟁도 뜨거웠다.
하지만 휴대폰을 활용한 선거운동이 활기를 띠면서 선거법 저촉 여부가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실제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선거법에 저촉되는 문자메시지 집단발송을 시도했다며 상호 비방전을 벌였다. 또 이동전화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이동전화를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있어 투개표 정보제공을 제외한 나머지 서비스들을 중단했다. 따라서 모바일 선거운동에 관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선거법 규정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디어선거=이번 대선을 통해 TV토론과 방송연설, 광고 등 미디어는 가장 강력한 선거운동 수단으로 확실한 자리를 잡았다. 미디어 선거의 꽃은 단연 TV합동토론. 실제로 중앙선관위가 1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TV토론이 지지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대답이 61.4%(‘매우 영향’ 18.5%, ‘다소 영향’ 42.9%)나 됐다.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8일까지 신문 및 TV광고 등에 쓴 미디어 비용은 160억∼190억원으로 법정 선거비용(321억원)의 50∼60%에 달한다.
그러나 세차례 실시된 TV합동토론은 미디어 중심의 선거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형식과 내용면에서는 개선해야 할 많은 숙제를 남겼다. 특히 후보 세명이 질문과 답변에 1분∼1분30초만 쓸 수 있게 한 ‘답답한’ 토론형식은 시청자에게 후보의 정책과 자질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못했다. 또 일각에서는 미디어 선거가 이미지만 전달하는 박제화된 후보 모습만 보여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대부분의 미디어 광고와 홍보는 본질적인 정책대결은 뒷전으로 하고 상대 후보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대선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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