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린(전자신문 부장)=내년 게임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변화무쌍한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라인게임의 경우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될 전망이다. 내년 온라인게임시장에서 두드러질 트렌드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면 어떤 것이 있겠는가.
◇백일승(제이씨엔터테인먼트 부사장)=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께서 기조 발제한 내년 온라인게임시장 전망은 다소 거시적인 관점에 해당한다. 좀 더 세부적인 사항을 들춰보면 우선 내년에는 그래픽에서 ‘하이 폴리곤’을 지향하는 게임이 쏟아질 전망이다. 그래픽이 보다 화려해지고 섬세해지는 경향이 짙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MS의 ‘애쉬론콜즈2’나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외산 게임이 하이 폴리곤을 지향하고 있으며 국산 대작 게임들도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게임 장르의 변화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롤플레잉 게임 일색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선례가 많고 시장에서 검증된 롤플레잉 장르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전략 액션 등 다른 장르에 대해서는 아직 경험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만든다면 롤플레잉 게임과 다른 장르가 결합된 퓨전게임이 성공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또 나이·직업 등 타깃별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게임 개발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택진(엔씨소프트 사장)=하이 폴리곤을 사용하는 그래픽 사양이 높은 게임 개발이 활기를 띠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이 시장에서 무조건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PC방 등 온라인게임을 하기 위한 인프라가 고사양의 게임을 소화하기에 아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에는 그래픽이 아주 탁월한 게임과 그렇지 못한 게임이 혼재하는 중간 단계가 될 것이다.
◇정영희(소프트맥스 사장)=내년에는 그 어느때보다 많은 신작 온라인게임이 쏟아지는 만큼 온라인게임 퍼블리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PC게임에서 온라인게임으로 플랫폼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시점인 것을 감안할때 개발사간 공동 개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만하다. 소프트맥스가 넥슨과 온라인게임 ‘테일즈위버’를 공동 개발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한 것은 매우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플랫폼별로 입체적으로 공략하는 ‘원소스 멀티 유즈’도 이젠 적극 활용할 때라고 본다.
◇방준혁(넷마블 사장)=게임포털을 통해 퍼블리싱 사업을 하면서 퍼블리셔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많은 업체들은 자신들의 게임이 대작이라며 서로 자기 게임을 퍼블리싱해달라고 하지만 비슷한 게임을 나열하듯 서비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게임 퍼블리셔들은 게임 다양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모두가 대작 롤플레잉 게임에만 매달리면 경쟁력이 없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작 게임이 아니라도 얼마나 유료화 정책을 잘 펼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게임포털 넷마블에서 퍼블리싱한 게임 가운데 대작은 아니지만 독특한 유료화 정책으로 제법 돈을 번 게임도 많다. 다행히 올 상반기까지 퍼블리싱을 의뢰한 업체들이 대부분 대작 롤플레잉 게임을 들고 왔지만 하반기부터는 다양한 캐주얼 게임을 많이 들고 온다. 이 때문에 장르 다양화는 하나의 대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철린=올해는 중국시장 진출이 유난히 활발했다. 내년 해외시장 전망은 어떨 것 같은가.
◇백일승=해외진출 성공은 사실 중국이나 대만 등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진정한 해외진출은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메이저 시장 진출에 성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경우 각각의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공략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업체들이 이 시장에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공동으로 진출한다면 한국 게임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시장의 경우 최근 조인트벤처 설립이 하나의 대안처럼 여겨지는데 과연 조인트벤처도 체계적으로 관리가 가능한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따라서 중국 조인트벤처의 경우 한국 현지업체도 참여하는 3자 협력방식을 도입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김영만(한빛소프트 사장)=최근 중국 정부 관료들을 만나면 대놓고 한국 업체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해 돈을 벌려는 것인지, 중국 게임산업 육성도 도모하려는 것인지를 묻는다. 중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송금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따라서 조인트벤처가 어쩌면 이같은 중국 정부의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얼마나 현지화를 잘 하느냐가 관건이다. 올해 처음 국내시장에 진출한 콘솔게임의 경우도 한국에 맞는 현지화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시장성공 여부가 좌우될 것이다.
◇손승철(위즈게이트 사장)=중국·대만 등의 진출은 일단 성공했지만 내년에는 일본시장 진출이 아주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세계 최대 게임시장 가운데 하나인 일본에서 성공한다면 한국 온라인게임에 대한 세계적인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일본은 미국보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여러가지를 고려해볼 때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곳이다. 일본시장 진출에 성공한다면 국산 온라인게임을 세계시장으로 팔 수 있는 활로도 훨씬 넓어질 것이다.
◇최요철(이니엄 사장)=우리나라는 이미 콘솔게임시장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삼성·현대 등이 일본 콘솔게임기를 국내 유통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유는 우리에 맞는 콘텐츠가 없었고, 해외 수입품과 가격차익을 노리는 보따리상이 횡행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같은 허점이 많이 해소됐지만 여전히 부정적 요인은 남아있다. 우선 플레이스테이션2(PS2)를 선보인 소니가 미리 시장을 너무 크게 보고 마케팅을 펼친다는 점이다. 아직 콘솔게임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우리의 정서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많은 하드웨어 물량을 밀어내면서 소프트웨어에 막대한 개런티를 요구하다 보니 유통시장에서 먹혀들지 못한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개조 PS2가 등장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한국 유저들이 찾는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면 콘솔게임은 실패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온라인게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빨리빨리’나 ‘때거리 문화’ 등과 같은 국민성이 온라인게임의 커뮤니티 기능에 잘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비디오 게임시장에 대한 정체성을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시장을 키울 때만 과거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
◇백일승=콘솔게임 현지화의 경우 네트워크 콘솔게임이 이슈가 될 전망이다. X박스 라이브, PS2 BB 등이 과연 온라인게임이 활성화된 한국시장에서 얼마나 잘 적용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호(세중게임박스 사장)=콘솔게임의 성패는 현지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구열이 높은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면 게임기 보급은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영어 교육용 비디오와 같은 외산 콘텐츠가 불티나게 팔렸던 것을 고려하면 콘솔게임도 가능성이 없다고만 할 수 없다. 콘솔게임 현지화도 이처럼 에듀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하는 방안을 고려하면 아주 효과적일 것이다. 네트워크 콘솔게임도 현지화 전략의 중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문제는 콘솔게임의 경우 소니와 MS 등 플랫폼 개발업체가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현지화 전략은 분명 한계가 있다. 특히 네트워크 콘솔게임의 경우 이들이 과연 한국 유저만을 위한 콘텐츠를 용인하고 현지 빌링시스템을 인정해줄 것인가가 여전히 미지수다. 또한 서버를 한국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으로선 현지화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설득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X박스 유통을 맡은 세중의 지금 고민은 온라인게임이 활성화된 국내시장에 X박스 라이브를 어떻게 런칭할 것인가, 또한 국내시장에 맞는 비즈니스를 어떻게 펼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정영수(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MS의 빌 게이츠가 왜 KT에 투자했는가 하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는 일정 정도 현지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세중뿐 아니라 콘솔게임 현지화 문제는 여러 한국업체들이 함께 요구해야할 사안이라 생각된다. 콘솔게임시장이 궤도에 올라야만 우리도 콘솔게임 개발에서 어느정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손승철=네트워크 콘솔게임 개발은 우리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일본의 앞선 기술력이나 기획력 등을 가능한 빨리 배워야 한다. 우리의 앞선 서버기술과 일본 업체들의 콘솔게임 개발 노하우를 맞바꾸더라도 일본의 경쟁력을 우리 것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철린= 콘솔방이 콘솔게임시장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많이 이야기된다. 하지만 PC방은 학부모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지만 콘솔방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동호=PC게임은 집에서도 가능하지만 콘솔게임은 TV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학부모 눈치를 피해 청소년들이 즐기기에 무리가 있다. 따라서 콘솔방이 생기면 초기시장에서 어느정도 효용성을 가질 것으로 본다. 다만 콘솔방을 위한 현행 법체계가 미흡해 정부 차원에서 관련법 개정을 적극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승철=모바일게임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이나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게임개발업체들이 보다 능동적인 개발 및 마케팅 활동을 위해 통신업체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영(컴투스 사장)=모바일게임업체들의 자율권 확보는 통신망 개방이 이뤄지면 어느정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작되는 통신망 개방은 벨소리 다운로드, 영상 메시지 전송 등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따라서 통신망 개방이 될 때와 되지 않을 경우 두 가지를 놓고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 통신망이 개방되더라도 휴대폰 플랫폼이 통일되지 않으면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백일승=모바일 콘텐츠를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통신망 개방이 급선무다. 따라서 콘텐츠 개발업체들이 이를 계속 주장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박지영=모바일게임의 해외진출은 유럽·일본 등에서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해외 모바일게임은 대부분 일본산이다. 내년 초 이후 유럽진출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우 단말기 사양이 생각보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보다 업그레이드된 콘텐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최요철=온라인게임업체들이 해외진출 이후 졸속으로 만들어진 계약서 때문에 로열티를 못받아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바일게임도 이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실익보다 일단 진출하고 보자는 식이 되면 곤란하다. 또한 모바일게임의 경우 기술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반면 진보된 기술의 공유는 매우 미진한 편이다. 전체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인 기술이라도 공유한다면 우리 모바일게임업계가 보다 빨리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영수=한국개발자협회 등과 같은 단체를 통해 개발자들간에는 기술교류가 조금씩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사장들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기술공유는 활성화되지 못하는 측면이 강하다. 일단 국내시장 발전을 위해 멀리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술뿐 아니라 해외 로열티 과금문제 등 업계가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머리를 맞대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철린=내년에도 국내 게임시장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고공비행을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업체들간 이전투구식 경쟁으로 빠지는 것은 철저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건전한 경쟁과 함께 공동의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연대하는 성숙한 모습을 기대해본다.
<좌담회 참석자>
김영만 게임포럼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방준혁 넷마블 사장
백일승 제이씨엔터테인먼트 부사장
손승철 위즈게이트 사장
정영수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원장
정영희 소프트맥스 사장
최요철 이니엄 사장
한동호 세중게임박스 사장
사회-원철린 전자신문 문화산업부장
<정리=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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