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가 선거의 새로운 매체로 등장했다.
제16대 대통령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대통령 후보들의 사이버공간을 활용한 ‘표심잡기’가 날로 열기를 더하고 있다. 특히 전국민의 보편적 통신수단으로 자리잡은 이동전화가 유권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매개체로 급부상했다.
현재 대선주자들은 남은 6일간의 유세기간 무선인터넷 홈페이지(폰페이지)와 각종 부가서비스 등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각종 대통령선거 정보와 투·개표 관련 집계 결과를 이동전화를 통해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동전화, 선거 홍보수단으로 급부상=몇년전 선거때만 하더라도 각 정당은 휴대폰을 무전기 대신하는 음성통화 수단 정도로만 치부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지자체 선거때부터 휴대전화의 각종 기능을 활용하면 효과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하다고 판단, 문자메시지(SMS) 등이 이용되기 시작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휴대폰이 문자메시지뿐만 아니라 통화연결음, 벨소리, 캐릭터 서비스 등으로 활용방법이 다양해졌다. 통화연결음과 벨소리의 경우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주요 후보들이 자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통화연결음은 지지후보를 표명하고 싶은 사용자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주부터 이 통화연결음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거원시스템에 따르면 일주일간 사용량이 5000건 정도다.
휴대폰 선거전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무선인터넷 홈페이지(폰페이지)다. 선거와 관련, 무선인터넷 홈페이지가 만들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각 정당들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폰페이지를 제공, 첨단 IT문화에 능숙하다는 이미지를 주겠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0월 7일 이회창 후보의 폰페이지(m.hanara.or.kr)를 개설했다. 한나라당 폰페이지에는 선거 관련 정보, 정책성명 및 논평, 라이브 폴 등과 캐릭터 보기, 벨소리 듣기, 후원하기 등 다양한 메뉴가 갖춰져 있다. 한나라당측은 하루 700∼1500명 정도가 폰페이지를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측은 지난 8월 폰페이지(m.knowhow.or.kr)를 열고 유세일정, 뉴스, 정책과 비전, 캐릭터 등을 콘텐츠로 제공중이다. 민주당측에 따르면 하루에 1000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폰페이지는 현재 016·018(KTF) 가입자만 접속이 가능하다. 양당측은 수일내에 011 및 019 가입자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한나라당 사이버선거운동 본부 이정일 간사는 “아직 이동전화 폰페이지를 볼 수 있는 단말기가 대중화되지 않은데다 사용법도 어려워 일반인의 접근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폰페이지 등은 IT와 관련된 상징성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휴대폰 기술발달 정도 등을 감안, 2년뒤 총선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선 정보 실시간 조회 가능=대선주자들의 이동전화 선거전과 함께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대선 정보서비스도 선거 열기를 더욱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대통령 선거일인 19일 오전 6시부터 선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SK텔레콤은 고속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cdma2000 1x EVDO 서비스를 통해 KBS 대선방송을 실시간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또 무선인터넷 네이트에 대선특집 메뉴를 개설하고 투·개표 현황, 출구조사, 대선 방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KTF는 지난달 21일부터 자사 무선인터넷에 ‘매직엔2002 대선특집’ 메뉴를 만들었으며 지난 1일부터 ‘실시간 대선정보서비스’를 제공중이다. KTF는 주요 지상파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대선 속보, 후보별 뉴스, 후보 프로필, 여론조사 결과, 대선 설문, 게시판, 각 후보 부인별 정보 등을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는 19일에는 실시간 지역별 투·개표 현황, 출구조사 결과, 예상득표율, 최종 당선 결과 등의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LG텔레콤도 무선인터넷에 대선 관련 코너를 만들고 모바일 방송인 ez채널과 MITV 등을 통해 대선 투개표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줄 예정이다.
◇선거법 저촉으로 일부 서비스 중지=이번 대선에서 휴대폰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거법 저촉 여부도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지난 10일에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선거법에 저촉되는 상호 문자메시지 집단발송을 시도했다고 비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선관위는 11일 선거법 제109조에 따라 컴퓨터 또는 자동송신장치를 사용한 문자메시지 발송은 금지된다고 밝히고 문자메시지 단속에 들어갔다.
통화연결음 서비스는 합법적인 것으로 판별을 받은 반면 캐릭터 제공 서비스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선거법 93조 위반 소지가 있어 캐릭터 ‘보기’만 가능하고 ‘다운로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동전화사업자들과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이동전화를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있어 투·개표 정보제공을 제외한 나머지 서비스들은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효율적인 활용방안=통신업계에서는 이동전화 보급자가 3200만명이 넘는 등 보편적인 통신수단이 됐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돈 안드는 선거’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스팸성 문자메시지 선거단속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현상을 과거 사실에 기초해 만들어진 선거법을 무분별하게 적용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전화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2년뒤 열리는 총선때면 현재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들이 멀티미디어 서비스에 본격 나서는데 이어 내년부터는 2㎓ 대역 IMT2000 서비스가 시작된다. 또 공중망무선랜을 통한 유무선통합 서비스,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 등 차원 높은 서비스들이 대중화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휴대폰 관련 서비스가 더욱 발달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행위가 허용되고 어떤 행위가 불법인지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실시되는 선거에서 무선인터넷 등이 핵심 선거운동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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