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T업계 3D컴플렉스

 ◆김효준 SKC&C 변화관리기획원, 국제공인정보시스템감사사(CISA) 

joshua65@skcc.com

 IT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스스로 “3D업종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으로 저수익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품질과 납기를 맞추기 위해 계속되는 야근으로 개인의 건강과 가정을 희생하지만 많은 경우 적자를 내고 핀잔만 듣는 것이 현실이다. 컨설팅이나 IT아키텍처 설계 등 고부가가치 사업이 있지만 MIS·BPR·KM·ERP·CRM처럼 유행을 타는 사업들에 대한 환상과 거품이 제거되고 나면 회사는 고임금 인력에 대한 적정 회전율을 유지하기에 급급하게 되고 직원 스스로도 가치를 찾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어렵고(difficult), 위험하고(danger), 더럽다(dirty)는 3D컴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시장과 고객이라는 외부요소보다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에서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우리는 그동안 연이은 프로젝트와 함께 뒤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달려왔다. 이제 3D컴플렉스를 떨쳐버리기 위해 숨고르기를 한 번 할 때다.

 우선 ‘기록’과 ‘문서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전산실의 전산화가 가장 늦다는 말이 있다. 고객의 정보는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정작 내부관리 수준은 낮다. 개인자료 수집에는 매우 정열적이면서 자료를 바탕으로 가치 있는 성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은 등한시한다. 자료를 받고는 그것으로 끝이다.

 자료수집과 동시에 고민을 담고 남을 위해 결과를 기록하자. 기록이 있으면 후임자의 일이 그만큼 쉬워진다. 굳이 조직성숙평가 및 개선모델(CMM)이나 소프트웨어수행능력검사평가지침(SPICE) 같은 품질관리 기준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선진국 대비 문서화 수준이 낮다는 통계자료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3D에 대한 고민의 대부분은 문서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해결될 수 있다.

 둘째, ‘나의 업무범위(scope)가 아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고객의 요구는 쉽게 변한다. 범위설정을 잘하지 못하면 부가적인 일들이 생겨 고생하게 된다. 따라서 업무의 범위는 명확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범위 지상주의’ 역시 3D를 낳는 원흉이다.

 애매한 성격의 업무인 경우 범위변경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임에도 내 범위가 아니라면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면 결국 3D의 수렁에서 함께 허우적대는 결과만을 낳게 된다. 보다 열린 마음과 유연성 있는 자세로 업무범위를 바라본다면 결국은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고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유능한 리더로 인정받을 것이다.

 셋째, 일에 대한 고객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그동안 개발된 수많은 시스템 가운데는 바쁜 일정에 납기일을 맞추느라 테스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도 많다. 그런 시스템들이 전 산업에서 동맥역할을 하고 있다.

 누군가가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이슈를 제기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상황논리를 전개하거나 전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쉽다. 중요한 것은 문제 자체가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솔직하게 시인하고 보다 나은 방법을 토론하고 고민할 때 역량이 신장되고 문제가 해결되며 성과가 날 것이다. 건설적인 비판을 수용하는 분위기는 IT서비스업이 추구하는 투명한 사회구현에 일조하면서 업무의 가치를 높여준다.

 IT서비스업을 하다 보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뿌린대로 거두기 때문에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이 첫째요, 컴퓨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원칙을 지켜야만 프로그램이 실행된다는 것이 둘째다. 또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이 잘 모르는 것까지 이끌어내는 참다운 리더십을 가져야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이 셋째다.

 IT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 스스로가 열정을 가지고 열린 마음과 성실함으로 프로의 길을 추구할 때 IT서비스업은 3D업종에서 어느새 찬란한 미래를 여는 미래직종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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