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나선 SI업계](5)전문성이 생명력

 “수년 내에 SI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회사는 몇 군데 남지 않을 것이다.”

 한 SI업체 종사자의 말이다. 본연의 임무란 SI의 뜻이 ‘시스템통합’인만큼 다양한 솔루션과 기술들을 한데 ‘통합’시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SI산업을 ‘사이버종합건설업’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SI업체들은 이러한 본연의 임무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다. IT개발 붐과 함께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할 것 없이 특별한 전문분야 없이도 시스템통합 수요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IT경기 침체는 대형업체와 중견·중소업체를 동일한 전쟁터로 몰아냈으며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펼치는 대형업체들에게 중견업체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대외사업을 포기하거나 대폭 줄일 수 밖에 없었다. 대외사업 강화를 위해 영입했던 사장을 경질하고 다시 내부 계열사 사장을 앉히는 ‘과거로의 회기’ 현상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한차례 풍파를 겪은 중견·중소 업체들은 올해 일제히 ‘전문화와 집중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기존의 백화점식 사업관행으로는 더이상 대형 SI업체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필요없는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솔루션 사업을 강화했다. 코오롱정보통신의 경우 출범 이후 올해 처음으로 외부에서 CEO를 영입해 강력한 조직개편을 진행중이다. 이들은 ‘SI업체’라는 오래된 간판을 버리고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IT서비스 업체’로 불리길 바라고 있다. 금융, 유통, 건설, 물류 등 특화된 분야에 집중하면서 내년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이봉 동부DIS 사장은 “SI업체들이 규모를 중시하면서 한정된 자원으로 많은 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관행”이라며 “핵심역량에 집중해 매출보다는 수익을 높이는데 주력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특화 분야에만 집중하다보면 외형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대형업체에 하청으로 들어가면 손해보기가 쉽다는 점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최근 등장한 것이 특화된 중견·중소 업체들간의 연합이다. 이미 상당수 업체들은 CEO 차원을 넘어서 실무진 차원에서의 모임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합의 궁극적인 단계로 합병을 통한 공동아웃소싱 형태의 비즈니스모델까지 구상하고 있다. 비슷한 분야 업체들의 연합은 좀 더 큰 개념의 전문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SI전문가들은 앞으로 SI산업구조가 △‘사이버종합건설회사’ 역할을 할 상위 3∼4개의 대기업군 △특정 분야에 주력하는 중견SI업체 연합군 △특화된 분야에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중소기업군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들이 규모와 능력에 따라 자신들의 전문분야를 찾아가는 것이다.

 상위 SI업체들이 공격적인 수주활동으로 ‘수익성 악화’라는 짐을 안게됐지만 사이버종합건설사로서의 전문성이라 할 수 있는 ‘프로젝트 관리능력’을 확보하고 중견·중소 SI업체들이 IT불황의 터널속에서 ‘전문분야 확보’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SI산업 건실화 차원에서 다행이다.

 물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상위 SI업체들은 모기업에 의존해 성장했다는 주변의 곱지않은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외형 부풀리기에 급급한 저가수주경쟁을 지양하고 그동안 받은 혜택을 품질관리와 컨설팅 등 자신들의 전문성을 키우는데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경기상황에 따라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대기업군과 중견기업군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있는 매출 10위권이내 기업들의 행보이다. 현재 대형프로젝트 수주전에서 대기업군에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는 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사이버종합건설회사’로서의 역할을 고수할 지 전문분야를 파고들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결정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