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상품권 천하

 2002년 말띠해가 마지막 꼬리를 남기고 있다. 연말연시가 되면 누구나 부모님, 연인, 자녀 등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 하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어떤 선물을 고를까 고민스럽기만 하다. 받는 사람 취향에 맞지 않을까도 걱정이다. 그렇다고 현금을 대신 안길 수도 없다. 현금과 선물 사이에 있는 것은 없을까. 바로 상품권이다. 현재 시중에는 문화상품권, 백화점상품권, 온라인상품권 등 총 200여종의 상품권이 나와 있으며 모든 기본생활이 상품권으로 가능할 정도로 다종다양한 상품권 홍수시대 속에 살고 있다. 편집자

 

 회사원 A씨는 제과상품권으로 구매한 빵과 우유로 아침을 먹고 주유상품권으로 차에 기름을 넣어 회사로 출근한다. 신고 있는 구두는 제화상품권으로 구입한 것이고 지금의 헤어스타일도 얼마전 헤어숍에서 미용상품권을 내고 손질한 것이다. 퇴근하는 길에 문화상품권으로 책 한권 사고 집 근처 백화점에 들러 며칠 앞으로 다가온 부모님 생신 선물을 골라 백화점 상품권으로 지불한다. 그는 가끔씩 여자친구와 만나 외식상품권으로 바깥에서 식사를 즐기고 주말에는 테마파크 상품권으로 놀이공원에서 한바탕 신나게 논다.

 위의 사례는 모든 기본생활을 상품권으로도 할 수 있다는 가상시나리오를 보여준다. 이른바 상품권 홍수시대다. 이미 대중화돼 있는 백화점상품권, 도서·문화상품권, 구두상품권을 비롯해 홈쇼핑상품권, 주유상품권, 관광상품권, 패션상품권 등 세분화된 상품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속옷, 헤어, 보석, PC방, 과외상품권도 등장했으며 인터넷의 대중화로 다음 사이트나 컬처랜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겸용 상품권까지 쏟아져나와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다.

 ◇200여종 쏟아져=현재 나와있는 상품권은 총 200여종. 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발행 및 사용영역에 대한 규제가 풀리자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종류가 많을 뿐만 아니라 팔리는 규모도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98년 대략 2조원으로 집계된 상품권 시장규모는 2000년 3조원을 넘어서더니 올해는 6조5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40∼50%를 넘어서고 있다.

 물론 이 가운데 백화점 상품권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소액상품권과 온오프라인 겸용 상품권, 여가문화를 겨냥해 등장한 신종 상품권 시장도 10% 이상의 비중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문화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는 한국문화진흥의 경우 올해 현재까지 판매한 상품권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올 연말까지는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2200만장, 11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98년 3월부터 지금까지 4년여동안 팔려나간 문화상품권만 보면 3000억원(6000만장) 규모에 달한다.

 ◇상품권 활용영역 파괴=상품권 시장이 이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상품권의 이중적인 속성 때문. 교환가치로는 현금과 동일하면서도 현금에서는 느끼기 힘든 정서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물의 의미로 상품권을 구입하게 되는데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흡족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현금에는 ‘정이나 마음’같은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지 않지만 상품권의 경우는 선물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 편리함과 효용성, 정성을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명절 때 가장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상품권이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것도 쓰임새를 말해주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상품권의 종류가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상품권간 고유영역이 파괴되면서 하나의 상품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외식상품권으로 출발한 해피21은 올들어 외식은 물론 레저까지 활용범위를 확대해 한화리조트 등의 레저시설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문화상품권 역시 전통적인 도서, 영화, 음반 이외에 놀이공원, 스포츠 관람, 골프장, 온라인 활용까지 가능해졌다. 도서상품권 발행처인 한국도서보급은 최근 다사랑 도서생활권을 별도로 발행해 서점은 물론 영화, 문구, 외식, 음반, 팬시, 헤어, 프로야구, 공연장, 백화점, 대형 할인점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영역을 넓혔다.

 ◇온라인 상품권 영토확장=최근에는 온·오프라인 겸용으로 쓸 수 있는 상품권들의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문화상품권, 도서생활권 등이 기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다음 등 온라인 상품권도 오프라인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문화상품권과 도서생활권의 경우는 온라인에서 사용할 경우 액면가 부문을 스크래치하면 일련번호가 나와있어 이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입력해 사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때문에 문화상품권은 컬처랜드(http://www.cultureland.co.kr), 도서생활권은 북앤라이프닷컴(http://www.dasarangcard.co.kr)이라는 온라인 웹사이트를 통해 사용가능토록 돼있다. 해피머니아이엔씨도 오프라인 전용 해피21 이외에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사용할 수 있는 해피머니 문화상품권으로 인터넷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출발한 다음상품권은 전자우편으로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인기를 끌고 있으며 메가박스, 신세계 백화점, E마트, 테크노마트, 서울랜드, 마르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내년이면 각종 온라인 상거래를 하나의 상품권으로 할 수 있는 온라인 통합 상품권도 선보인다.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협회가 홈쇼핑 사업자와 인터넷 쇼핑몰을 아우르며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통합상품권을 추진하고 있으며 백화점 상품권처럼 5만원권에서 50만원권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행될 예정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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