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은 정보시스템의 획득·공급·개발·운영과정에서 관련 정보기술(IT)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여기에는 업무 프로세스를 리스트럭처링하는 컨설팅 능력이 포함된다. 컨설팅이 빠진 SI는 ‘머리 없는 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IT투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프로젝트 착수에 앞서 정확한 범위와 방향을 정하는 컨설팅은 이미 SI사업의 핵심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컨설팅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는 SI업체는 건설·토목분야 하도급업체의 경우처럼 단순인력공급업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한 외국계 컨설팅회사 사장의 진단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설팅 조직을 갖춘 SI업체는 몇몇 대기업 정도다. 그나마 대기업들의 컨설팅 조직은 외국기업에 견줘 볼 때 브랜드 이미지와 글로벌 네트워크, 방법론 면에서 취약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급 컨설턴트가 부족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SI연구조합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SI업체별 전문 컨설턴트 수는 전체의 7.5%로 1개사 평균 1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 컨설턴트만 150∼400명을 보유한 외국계 컨설팅사에 크게 못미치는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수년 동안 기업·정부기관의 운영전략은 물론 비즈니스 프로세스 및 IT컨설팅 프로젝트는 외국기업들의 차지가 되고 있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규모에 달하는 고부가가치의 컨설팅 프로젝트는 외국계 업체에 송두리째 내주는 대신 저수익의 시스템 인티그레이션에만 매달리는 형편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컨설팅에 대한 SI업체 내부의 낮은 인식수준이 작용하고 있다. SI업체들은 컨설팅부문을 시스템 구축을 위한 지원도구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이 비즈니스프로세스혁신(BPR)과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등 일회성 프로젝트 지원에 내몰리고 있다. 단순 코딩을 위한 컨설팅에서 크게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LGCNS 컨설팅부문 ‘엔트루컨설팅’의 홍성완 부문장은 “컨설팅이 외형상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사업에 미치는 파장은 ‘곱하기 5’”라며 컨설팅에 대한 인식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외국계 업체들은 이미 종합적인 서비스 체계를 갖추기 위해 컨설팅 역량 강화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일회성 시스템 구축보다 고급 컨설팅과 전문 솔루션이 어우러진 전략적인 IT서비스에 대한 고객요구가 확산되는 것을 간파한 데 따른 것이다.
최영상 메타넷 사장은 “기업들은 현재 컨설팅회사로부터 받고 있는 단순한 일회성 용역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줄이고, 고객들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컨설팅을 포함한 전략적 아웃소싱 능력을 보유한 전문업체들을 찾게 될 것”이라는 강조했다.
IBM이 지난 10월 PwC컨설팅을 전격 인수한 것도 컨설팅 역량 확충을 위한 결정이라는 보는 측면이 강하다. 게다가 액센추어·EDS·HP·베어링포인트 등 외국계 업체들이 전략적인 IT서비스 시장선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삼성SDS 이후연 컨설팅사업본부장은 “SI업체들이 세계적인 IT서비스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컨설팅 역량은 반드시 수반해야 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전문가는 특히 SI업체의 질적 사업구조조정이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저수익 사업구조를 고부가가치형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컨설팅을 ‘지렛대’로 삼을 것을 충고하고 있다.
고영채 베어링포인트 사장은 “SI업체들은 양적인 성장에만 치중하던 데서 탈피해 컨설팅 역량 강화를 통해 고부가가치사업을 준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SI에 컨설팅을 더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것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국내 SI업체들이 시스템 인티그레이션 및 운영 경험을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 SI경험 위에 IT서비스의 가장 전초단계인 컨설팅 역량을 올려놓는다면 경쟁력이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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