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피플]조광래 항우연 우주발사체연구부장

 “비록 1단이긴 하지만 국내 기술로 처음 개발한 액체추진제 로켓의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도 우주개발 추진에 필요한 기술적인 기반을 구축하고 새로운 우주시대로 진입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국내 처음으로 개발된 6톤급 소형 위성용 액체추진제 과학로켓인 ‘KSRⅢ’를 최근 충남 서해안에서 발사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조광래 우주발사체연구부장(43). 충남 서해안 안흥 인근의 섬에서 로켓이 불을 뿜고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는 로켓의 모습을 바라보는 조 부장의 감회는 남달랐다.

 “가슴을 많이 졸였습니다. 실패할 경우 주변에서 보낼 따가운 눈총도 그렇지만 스스로에 대한 패배감과 자괴감이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주위의 많은 도움이 큰 힘이 됐습니다.”

 지난 88년 항공우주연구원이 과학로켓 개발을 시작한 이래 93년 6월과 9월 1단형 고체추진제 과학관측로켓인 ‘KSRⅠ’ 1·2호기와 97년 2단형 중형 과학로켓 ‘KSRⅡ’를 발사해 150㎏의 탑재물을 148㎞ 상공까지 쏘아올리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KSRⅠ’ 1·2호기와 ‘KSRⅡ’는 군사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고체추진제를 연료로 사용한 반면 이번에 발사된 ‘KSRⅢ’는 민간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등유와 액체산소(LOX)를 산화제로 사용하는 가압식 액체추진제를 사용한 국내 최초의 로켓이다.

 “처음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액체연료의 경우 서서히 중량을 밀어올리며 하늘로 날아야 하기 때문에 연소의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일이 관건이었죠. 자칫 급격한 진동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기체의 폭발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97년부터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수십 차례의 연소시험과 수없는 설계 수정을 거쳐 상반기께야 가까스로 지상연소시험의 최종 목표인 60초에 도달할 수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3단형 액체추진제 로켓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1단만으로 위성을 실어나르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로켓 개발을 연구 중”이라는 그는 “우리는 이제 걸음마를 떼어놓은 것이라 2, 3단 로켓을 개발하는 등의 순차적인 기술축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예산 지원과 관련해 “주먹구구식으로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과학적인 예측을 통해 지원받고 있지만 선진국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 완전한 기술 개발에 드는 예산을 신청하는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발생할 문제까지 해결할 예산은 못되지만 어느 정도는 연구를 해나갈 만하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이번 로켓 발사 성공의 기분은 잠시 접어둔 채 오는 2005년 전남 고흥에 세워질 우주센터에서 독자개발할 100㎏급 저궤도 소형위성을 발사체 KSLV-Ⅰ에 실어 쏘아올리는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다.

 

 <약력>

 △84년 동국대 전자공학과 △88년 동국대 초고주파공학 박사△88년 항공우주연구원 근무 △2000년 우주기반기술연구부 로켓체계개발그룹장, 우주기반기술연구부 우주발사체사업단장 △현재 우주발사체연구부장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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