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이 파워콤을 인수함에 따라 LG그룹을 중심으로 한 통신 3강 구축 움직임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그룹은 기존의 데이콤과 LG텔레콤 등 유무선사업자에 이어 가입자망과 전용선을 가진 파워콤을 인수하게 됨에 따라 국내 유무선 통신시장의 전면적인 구조조정 바람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데이콤은 경우에 따라서는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인 두루넷마저 인수할 태세여서 통신시장의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수조건=인수대금은 총 8190억원이다. 주당 1만2000원에 모두 6825만주(45.5%)를 인수하게 된다. 대금은 현금 50%, 2년만기 어음 50%로 각각 지급한다. 경영권은 데이콤 측에서 가져가게 되며 데이콤이 5명, 한국전력이 4명의 이사를 각각 선임한다. 재무담당임원(CFO)도 데이콤이 선임한다. 출자예정일은 일단 12월 16일로 잡혔다. 그러나 두 회사는 컨소시엄 구성에 따라 인수 주식수와 금액이 변동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유무선 통신강자 LG 출현하나=LG그룹의 유선부문 자회사인 데이콤은 이번 파워콤 인수를 계기로 6만8000㎞에 달하는 시내가입자망과 1만㎞의 시외기간망을 새로이 보유하게 됐다. 이같은 규모는 데이콤이 KT그룹에 이어 최대 인프라를 갖춘 종합통신사로 일거에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KT와 마찬가지로 데이콤은 LG그룹 계열 통신회사는 물론 두루넷·하나로통신·SK텔레콤·온세통신 등 국내 주요 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통신망 임대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됐다. 따라서 통신시장은 KT와 SK텔레콤, LG 등 3강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후발사업자인 하나로통신과 온세통신, 두루넷도 합병의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KT와 전 부문서 경쟁=통신강자로 급부상한 LG는 일단 KT그룹과 치열한 사업경쟁을 벌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무선부문서는 LG텔레콤과 KTF가 현재의 경쟁구도를 이어가며, 유선부문서는 데이콤과 파워콤을 앞세워 전용선임대사업과 시외·국제전화사업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전망이다. 또 인터넷전화(VoIP)·가상사설망·초고속인터넷 등 기간망을 활용한 서비스부문서도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앞으로 전개될 유무선 통합사업에서도 두 회사는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 어떻게 되나=하나로통신은 파워콤이 데이콤으로 넘어감에 따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데이콤이 파워콤 인수를 발표한 것에 대해 “통신3강 구도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처사”라며 “협상과정이 불합리하기 때문에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나아가 하나로통신은 “데이콤과 공동인수가 바람직하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 간에는 ‘하나로통신이 최대주주인 LG그룹의 우산속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쪽의 분위기가 우세하다.
◇전망=일단 데이콤과 파워콤의 매각협상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파워콤 노조와 하나로통신이 반발하고는 있으나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특히 매각가를 높게 책정한 자사가 배제된 것을 들어 “매각이 불합리하게 이뤄졌다”며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지만 대세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통신업계의 판도가 3강 구도로 급속하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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