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2002 IT·과학기술 대선공약 점검]관련부처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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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자-정통 통폐합되나 안되나.’

 이 화두는 대선을 앞두고 관가는 물론 정계와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통·과기·산자·문화 등으로 산재돼 있는 IT·과기정책의 효율화를 위해 부처개편이나 업무조정 또는 통폐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규제개혁과 시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내걸고 있는 이 후보와 노 후보는 모두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하며 이를 위해 정부조직을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조직개편은 대선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기 때문에 국민은 이번에도 두 후보가 이 공약을 지킬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때문에 묘하게도 산자-정통 두 부처의 통폐합은 대선주자의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의지와 실현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두 후보는 그러나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이고 명확한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은 집권 후 정부구조개편기획단·정부조직진단위원회의 논의와 합의로 결론짓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두 후보의 공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후보는 산자부나 정통부로의 일원화를, 노 후보는 기능조정이나 통폐합을 모두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는 △각 부처에 산재한 정보화 및 정보통신 육성 기능을 단계별로 일원화 △국가정보화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가 있는 부처가 국가 CIO 담당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는 정보화 추진체제 구축 등을 언급했다.

 이 후보의 말대로라면 정보화 기능과 산업정책 기능이 한곳에 모일 수도 있고 정보화 기능과 산업 기능이 각각 따로 일원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보화정책과 산업정책은 너무 동떨어진 것이어서 산업 기능은 산자부로, 정보화 기능은 정통부로 일원화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러나 정보화 기능은 반드시 정통부로 일원화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상식적으로는 정보화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가 있는 부처가 정통부지만 그동안 정통부와 마찰을 빚어온 행자부 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통신산업 육성기능이 산자부로 일원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또다른 이유는 이 후보가 △산업자원부·중소기업특별위원회·중소기업청 등에 분산된 중소기업 지원체계를 일원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산자부가 상당부분 관장하고 있는 중소기업정책분야를 중소기업청 등으로 넘겨주는 대신 정보통신분야를 통합시키겠다는 복안일 수도 있다. 이 후보의 전통산업의 정보화 촉진 공약은 일원화의 중심이 정통부가 아닌 산자부임을 더욱 명확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이 후보는 또 △방송·통신정책과 규제일원화와 관련법 전면정비 △방송위원회의 기능과 역할강화를 또다른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정통부의 통신정책 기능을 방송위원회 쪽으로 넘길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런 추론대로라면 정통부는 별도의 부처로 존립할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 그러나 이 후보가 통신정책과 정보통신육성정책을 별개의 것으로 보는지 아니면 동일한 범주로 간주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이와 반대로 노 후보는 정통부의 기능과 역할강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노 후보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IT수석 신설을 강력하게 고집하고 있으며 자신이 정보화와 IT산업 육성의 적임자임을 강조해오고 있다. 노 후보의 이같은 성향은 IT 전문부처의 존립은 물론 기능과 위상강화를 암시하고 있다. 노 후보는 △전자정부 추진작업에서 업무혁신 우선 △한국전산원과 정부전산정보관리소 통합방안 검토를 언급했다. 한국전산원은 정통부 산하기관이자 전자정부에 필요한 싱크탱크이고 정부전산정보관리소는 행정전산화를 지원하는 전문기술집단이다. 따라서 한국전산원을 정부전산정보관리소로 통합한다는 것은 국가정보화의 씽크탱크와 전문기술집단을 한곳에 모아 전자정부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노 후보는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국가 CIO 담당 △전자정부 추진이전에 행정업무 개혁 우선추진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정통부가 기획과 조정, 평가 역할을 해오면서도 실질적인 조정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어온 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풀겠다는 방안으로 해석된다. 노 후보는 자신이 정보화에 해박하고 자신이 있는 만큼 IT수석과 정통부를 사령관으로, 싱크탱크와 전문집단을 보급창으로 삼아 업무혁신을 통한 작고 효율적인 전자정부를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정통부의 위상강화를 의식해서인지 노 후보는 △정통부 우정사업본부 민영화 고려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을 강조하고 있다. 정통부가 정보화와 IT산업육성이라는 쌍두마차를 탈 경우 비대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 규제기능을 신설되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넘기겠다는 복안일 수 있다.

 두 후보는 공약 뒤에 여러가지 복잡한 밑그림을 숨겨두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어느 누구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어 부처개편의 방향을 섣불리 예단하기가 힘들다.

 IMF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에 집권한 DJ정부도 정부조직 슬림화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당시 논란이 빚어졌던 산자부와 정통부를 통합하지 않았다. 전자정부와 국가정보화, 통신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전담부서가 있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명분은 정보화와 통신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결과를 놓고 볼 때 상당한 타당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에는 새로운 환경과 조건에 놓여있고 두 후보의 구상에는 각각 일장일단이 있다. 산자부와 정통부가 지금대로 존속할 경우 정부조직 슬림화는 물론 정책중복에 따른 예산낭비와 행정력 낭비라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IT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부분적인 출혈이 따르더라도 경쟁이 필요하다는 옹호를 얻을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산자부와 정통부를 통합할 경우 행정효율성과 세금낭비를 줄일수 있다는 호응을 얻겠지만 IT정책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 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두 후보 중 누가 집권하든 이 문제는 다시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따라서 새로운 환경과 조건은 물론 집권자의 정책의지에 걸맞게 통합이든 조정이든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대선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