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인터넷 엔지니어링 태스크포스(IETF) 제55차 회의에는 세계 각국에서 1600명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참석해 국제표준화기구로서의 위상을 보여줬다. 한국에서는 ‘인터넷 강국’답게 108명이 참석, 미국·일본에 이어 3위에 랭크됐다.
하지만 이번 IETF 회의를 지켜본 결과 국제표준화 부문에서는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IETF 회의 때마다 10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참석하고는 있지만 IETF의 워킹그룹 초안(드래프트) 문서로 채택돼 공식 석상에서 발표할 기회조차 얻는 것이 쉽지 않다. IETF의 오만함도 한몫했지만 회의진행 자체가 해를 이어가며 진행돼 인맥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국제표준화를 담당하는 이들은 해마다 세차례씩 열리는 IETF의 회의에 꾸준히 참석해야 한다. 지금처럼 ‘시간이 나면 참석하고 아니면 말고’식의 선택사양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또 남들이 제안한 국제표준을 단순히 파악하고 수용하기보다는 국내 기업·기관들이 국제표준안을 만들어 제안하는 등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정보통신부가 도입 시행중인 국제표준화 전문가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번 IETF회의의 참석자들 사이에서 제기돼 주목을 끈다.
정통부가 올해 초 이 국제표준화 전문가를 150명으로 확대키로 한 것은 국제표준 선점이 시장주도권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잘한 조치로 평가할만 하지만, 동시에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얘기의 핵심이었다.
과연 전문가들이 표준화작업에 열성을 기울일 수 있도록 지원이 충분했는가. 국제표준화 전문가로 선정된 이들도 IETF를 비롯해 ITU-T·JTC1·ASTAP 등의 표준기구에 그동안 얼마나 적극성을 가지고 참여했는가 되짚어봐야 한다. 또 이번 회의에 다른 나라들은 정부기관보다는 업체 관계자가 많이 참석했다는 점은 그동안 기관·산하단체 등이 표준화를 주도해왔던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애틀랜타=IT산업부·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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