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팔리는 하이닉스 LCD 자회사 `하이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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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닉스와 채권단, 그리고 중국 BOE그룹이 19일 저녁 ‘하이디스(Hydis)’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매각대금에 대한 용도와 하이디스의 향배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는 하이디스 매각으로 5000억원 안팎의 신규 자금을 확보, 자금운용상에 한결 여유를 확보했다는 1차 목표 달성 외에 장비발주 대금지불의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게 돼 향후 기술개발 및 설비투자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매각대금 어떻게 활용하나=계약서상 하이닉스가 하이디스 매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은 3억8000만달러(약 4600억원)다. 하지만 이는 고정자산만을 계상한 것일 뿐 상품재고, 미수금, 보유현금 등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빼면 실질 매각대금은 한화로 약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유동성 자금 운영에 한결 여유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채권단에 갚아야 할 부채 원리금과 이자 포함, 1조원 중 현재 수십억원을 제외한 대부분을 상환한 상태여서 이번 매각대금은 매우 ‘건설적’인 방향에 투입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하이닉스측은 이와 관련, “매각대금 대부분을 장비 업그레이드에 주력,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 생산비율을 확대하는 한편 메모리 및 비메모리 공정의 추가 미세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또 내년 하반기 이후에 대비해 300㎜ 웨이퍼 가공 관련 연구개발(R&D)도 한층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하이디스의 향배=이번 계약체결로 BOE라는 새 주인을 맞게 된 하이디스로서는 무엇보다 모기업인 하이닉스와의 ‘얽힌 사슬’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로써 경영상의 불투명성이 해소돼 인력이탈을 막고 신규투자 등 산적한 현안을 풀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년간 설비투자를 못해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위상을 재정립할 기회도 잡았다. BOE측의 인수로 5세대 라인 등 신규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이디스는 이미 이천공장에 차세대 라인구축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5세대 라인구축 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더는 투자시점을 미룰 상황이 아니다.

 문제는 BOE측이 차세대 생산거점을 어디로 결정할 것이냐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대형 장치업종인 TFT LCD 라인이전은 실현성이 낮아 보인다. 그러나 LCD업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BOE측이 차세대 거점으로 중국을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중국은 향후 세계 최대의 TFT LCD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주요 TFT LCD업체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당장엔 한국을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BOE측이 당분간은 한국에서 전공정(패널)사업을 유지하고 후공정(모듈)쪽은 중국에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고도 기술력을 필요로하는 전공정까지 중국으로 이전하기엔 부담이 크고 현 이천공장의 여유공간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에 현 경영진과 종업원의 고용승계를 담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이디스가 비록 생산능력 및 시장지배력에서 다소 처지지만 이번에 경영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재도약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특히 하이디스는 독자적인 광시야각(FFS)기술 등 경쟁력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태블릿PC와 의료·항공용 등 틈새시장 공략에 주력, 설비투자만 뒷받침된다면 회사전망은 결코 어둡지 않다”고 진단했다.

 ◇관련산업에 미치는 영향=삼성전자, LG필립스LCD와 함께 한국 TFT LCD산업을 이끌어온 하이디스의 해외매각은 관련 산업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하이디스의 이탈로 한국 TFT LCD산업은 삼성-LG 양강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또한 대만·일본 등 경쟁국과의 격차폭도 상당부문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장비·부품·소재산업에도 장기적으로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장에는 BOE측이 이천공장에 대한 설비투자를 단행, 관련 소재·부품·장비업계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BOE가 중국에 제2의 생산거점을 둘 것으로 보여 시장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