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러시아의 거리는 온통 하얀눈으로 쌓인 가운데 곳곳이 중장비와 공사중임을 알리는 표지판으로 가려져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면 시내는 러시아 정교회 건물과 스탈린시대에 세운 하늘을 찌를 듯한 모양의 대형 건물 그리고 삼성과 LG의 광고숲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크렘린궁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LG의 다리에는 LG의 현수막이, 다리 너머에는 삼성의 대형 광고판이 있다. 듣던 대로 모스크바에는 한국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의 전자업체들이 러시아에서 힘을 발휘한 것은 지난 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국가외채를 지불하지 않기로 한 이후부터다. 일본의 샤프와 소니는 직원을 2명 정도만 남기고 철수했다. 반면 삼성과 LG는 오히려 마케팅을 더욱 강화해 러시아 전자시장의 30∼40%를 차지하는 모스크바의 전자유통을 주도하고 있다.
이돈주 삼성전자 러시아법인장은 지난 2∼3년간 마케팅의 노력을 바탕으로 연간 60%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앞으로 2∼3년 정도는 문제없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전자유통시장은 서유럽 스타일의 대형 유통점과 할인점이 최근 급속히 유입되면서 급격한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가장 부유한 소비층이 밀집해 있는 모스크바의 전자유통시장은 키오스크에서 시작, 소형 매점 위주로 전개된 후 이제는 대형 양판매장이 주도하면서 구매자 위주의 시장으로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 모스크바 시내에서는 가전양판점인 M비디오·파르티야·에스벤· 미르·엘도라도 등 5개 정도의 양판점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저가공세를 퍼붓고 있다.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메트로·오썅·람스토르 등 유럽계 대형할판점들도 한국 못지 않게 성업중이다.
한국·일본·필립스 등 전자강국조차도 현지 진출시 이들 유럽계 유통업체와 러시아의 대형 양판점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러시아로 통하는 한국 전자제품의 주요 유통경로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다.
삼성전자의 경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핀란드를 통해 옮긴 후 이를 다시 모스크바로 전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관세 15%를 물고, 이를 모스크바에서 제품판매시 부가세 20%를 더내야 한다. 이같은 경로를 거치는 러시아, 특히 모스크바의 가전유통시장은 최근 현지 전자양판점과 유럽의 대형 할인매장의 잇따른 진출에 따라 최근 1∼2년새 양판점과 대형 할인점 주도시장이 됐다.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대표적 양판점인 파르티야 입구에는 LG전자의 트롬세탁기가 외국제품과 함께 진열돼 인기상품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역시 2층에 걸쳐 제품을 진열하고 있는 양판점 M비디오의 1층에서 근무하는 판매원 갈리나양(27)은 삼성전자의 예를 들면서 한국산 제품의 강점을 이렇게 얘기한다.
“최근 3년동안 AS를 해주기로 결정했으며 모델도 많고 가격도 일제나 유럽제에 비해 좋아 인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M비디오 2층에 있는 독일 모회사의 프로젝션TV는 한국산 제품과 비교해 화질이 훨씬 떨어지는데도 한국산보다 20∼30% 가량 가격이 비싸게 매겨져 있어 갈리나양의 말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유통점 주도의 가격정책은 러시아도 유럽·일본·한국과 다를 바 없다. 이날 M비디오 매장에서는 한달전만 해도 없었던 소위 1일 할인제도가 등장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 M비디오는 1일 할인제를 통해 15∼30%의 가격을 할인해 주고 있었다. 기자와 동행한 현지 가이드는 “3년동안 살아봤지만 이러한 가격할인제는 처음 본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시장을 뚫는 길은 양판점, 대형 할인점과 가격협상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향후 러시아 전자제품시장의 전망에 대해 현지 한국인들은 다른 소비시장보다 성장이 빠른 시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KOTRA 현지법인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전자제품시장은 일부 수입제품 독점시장이었으나 최근 유통법인들이 급속히 진출하면서 점차 다양한 가격대의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규모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약 50억∼60억달러 규모로 파악되는 올해 전자유통시장은 작년대비 약 20%의 시장규모 증가율이 예측되고 있다. KOTRA 모스크바지사 이금하 대리는 개방후인 90년대초 전자제품을 구입했던 러시아인들의 제품 교체시기까지 돌아오고 있어 이 시장은 객관적으로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ㅅ
물론 러시아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러시아정부의 대외기업에 대한 투자정책 시스템이 언제 변화될지 몰라 외국인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는 것 등은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곳 현지법인과 KOTRA 관계자들은 한국기업도 잠재적 투자자로서 투자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제전환기를 맞아 급속히 변화해온 러시아는 지난 2000년 9%, 지난 2001년 5%의 성장세를 시현했으며 올초 상반기 유가급락으로 인해 올해 4%의 성장세는 전반적인 국제경제 부진속에 상당히 양호한 성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도에 상환외채가 몰려있는 러시아 경제전망은 반드시 밝은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석유수출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어 가장 잠재력 큰 제3시장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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