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B]기업 컴퓨팅-다국적 IT기업들이 뛴다

한국IBM·한국HP·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비롯한 중대형 컴퓨터 사업자와 한국EMC를 필두로 한 스토리지 업체들의 중소·중견비즈니스(SMB) 시장 공략 강화 움직임은 올해 IT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꼽힐 정도로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다.

 올 초부터 메이저 다국적 IT 기업들은 미드레인지 이하 소형 하드웨어 시스템을 잇따라 출시하는 한편 소프트웨어·서비스 등의 영역에서도 SMB 관련 상품을 선보였다.

 그동안 대형 IT기업들에 SMB 분야는 틈새시장 정도로 여겨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큰 시장환경에서 더욱이 대기업 수요 위주로 IT시장이 형성돼 있는데 굳이 SMB 시장에 눈독을 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드웨어 시장의 35%가 SMB=최근 들어 사업자들이 SMB 시장에 주력하는 것은 무엇보다 경기위축에 따른 새로운 시장 개척의 필요성 때문이다. 그동안 IT수요를 견인해 온 대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자 그 대체시장으로 SMB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실제 정확한 통계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중대형 컴퓨팅 시장에서 SMB 시장은 약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토리지 영역은 좀 더 분명한 수치가 나온다. 한국EMC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하이엔드 스토리지(61개 드라이브 이상 장착) 시장 규모는 45억달러며 3%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미드레인지 스토리지인 31∼60개 드라이버를 장착한 스토리지 시장은 38억달러 규모고 4%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6∼30개 드라이브를 장착한 스토리지 시장은 무려 64억달러 규모로 가장 크고 성장률도 10%로 가장 높다.

 SMB 시장이 시장 규모 자체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 있다는 점 외에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사업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매력요소가 있다.

 대기업의 경우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을 구매하거나 대규모 물량을 구입하며 가격협상에 들어가 영업이익 측면에서 사업자들에게 기대만큼의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 서버의 가격할인 경쟁은 이미 바닥까지 내려왔으며, 스토리지 분야 역시 경쟁 체제가 형성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서버시장의 가격인하 현상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처지다.

 이에 비해 SMB 시장은 1회 발생할 수 있는 매출 규모는 하이엔드급 시장에 못미치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윤을 남길 것으로 사업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즉 대규모 물량이 아닌 데다 대기업보다 정보력이 취약한 만큼 협상력에서 공급사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업계 SMB 전략 사업으로 육성=한국HP 출현, 인텔코리아를 등에 업

은 국내 화이트박스 업체의 급부상, 국산 스토리지 업체 증가 등과 같은 국내 IT시장의 지형변화가 SMB 시장을 불붙게 하는 또 다른 이유다.

 특히 PC와 IA서버를 내세워 SMB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컴팩코리아를 한국HP가 합병하게 됨에 따라 한국HP는 IT시장을 전방위로 공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전통적으로 SMB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IBM은 올초 SMB 관련 정책을 자사가 보유한 전체 IT 영역에서 펼치는 등 전체 시장에서 입지를 확산시킬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강한 입지를 갖고 있던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수성 전략 차원에서 역시 사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한국IBM의 경우는 SMB를 단순히 중소·중견이 아닌 금융이나 통신업종처럼 전통적으로 한국IBM이 강세를 보여온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과 기업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기업 규모 측면에서 볼 때 대기업도 속해 있으며 이런 현상은 기업마다 큰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다국적 IT 기업의 SMB 시장 진출 전략은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소홀했거나 여러 이유에 의해 입지가 약했던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인 셈이다.

 스토리지 분야의 최강자인 한국EMC도 계속되는 스토리지 가격인하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중견시장으로 영업력을 넓힐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앞서 SMB 시장을 거론하고 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이나 LG히다찌, 주요 서버사업자들의 스토리지 사업 강화로 그동안 독차지했던 대기업 시장을 내주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중소·중견 시장을 그냥 둘 수 없다는 생각이다.

 ◇신유통 체제 가속화=SMB 영업은 간접 판매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 하반기 들어 기존 유통 채널 정비를 시작한 다국적 IT 기업들은 특정 사이트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가진 업체나 솔루션 기반의 채널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무엇보다 SMB 시장 대상의 영업 강화는 하드웨어 업계의 솔루션 기반의 영업,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가속화시키는 데 일조할 전망이다. 이미 단순 박스 판매로는 고객이나 공급사 모두 이익이 적다는 데 동의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SMB 영업 전략의 최우선 순위로 솔루션 기반의 패키지 상품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단순 박스 판매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은 국내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용산에서 조립 서버나 PC 유통 등으로 잔뼈가 굵은 기업들조차 최근 들어서는 솔루션 기반의 사업으로 기업의 체질을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한편 간접판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소규모 국내 기업들의 시장 참여가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의 이면에 지나친 채널간 경쟁으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IT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대기업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실수요로 등장하는 속도보다 공급자들의 마케팅이 먼저 움직일 경우 자칫 잘못하면 채널들이 유통 재고를 떠안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특히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의 긴축 경영의 정도는 대기업에 비해 한층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업자들의 기대만큼 실수요가 일어날지에 대해선 두고볼 일이라는 지적이다.

 

◆e비즈니스 시대 대비…온라인마케팅 인프라도 적극 활용

 SMB 영업이 부각되면서 인터넷이 새로운 마케팅 채널로 부각되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포진해 있는 기업 상황을 고려할 때 대면 영업의 어려움이 크고, 제품 가격이 저가인 만큼 온라인을 통한 판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IBM(대표 신재철)은 영업 및 마케팅 창구로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IBM은 공공·교육 및 연구, 보건의료산업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공 특화 사이트( http://www.ibm.com/kr/public)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정부·국방·공공산업 △교육·연구산업 △보건·의료산업 등 3개의 산업군으로 구분돼 산업별로 업계와 산업의 최신 뉴스와 IBM의 IT 비전과 시장 현황, IBM의 국내외 구축사례, IBM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소개 등을 담고 있다.

 또 한국IBM은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B2B몰인 ‘IBM.COM’의 비즈니스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운용하고 있는 이 사이트를 통해 한국IBM은 연간 전체 매출의 5∼6%에 해당하는 물량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IBM은 특히 이 사이트의 판매 제품이 PC와 같은 컨슈머 제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볼 때 영업채널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으며 이의 기능을 강화해 전체 매출의 10% 수준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한국IBM은 제품 및 기술에 관한 강의와 질의응답 등을 사이버상에서 진행하는 ‘IBM 테크놀로지 리더십 e세미나’도 개최하는 등 인터넷을 다양한 분야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HP(대표 최준근)도 최근 중소기업 및 개인 사업자 고객을 위한 온라인 마케팅서비스 사이트(http://www.hp.co.kr/smb)를 개설하고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는 중소기업에서 요구되는 IT솔루션 및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자주 사용되는 각종 서식 500여가지 등을 구비하고 있는 기업정보 사이트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대표 유원식)도 자사 파트너 프로그램인 아이포스 커뮤니티(http://sun.com/iforce) 외에도 ‘중기업 엔드유저 자문 위원회’를 신설하는 한편 자사 웹 사이트에 중소기업 전문 포털도 만들 계획이다. 중기업 고객 자문 위원회는 전세계에 걸친 다양한 업계의 주요 고객들로 구성되며, 썬의 현재 및 향후 미드마켓 프로그램과 전략에 관한 의견과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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