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B]국산 솔루션-위기는 곧 기회...사활 건 `배수진`

‘국산업체에 SMB 시장은 새로운 기회인가, 위기인가’

 올들어 한국IBM, 한국HP 등 다국적 대형 벤더들이 앞다퉈 SMB 시장공략을 위한 전략을 내놓으면서 국산 솔루션 기업들에 던져진 화두다. 그도 그럴 것이 중견·중소기업이야말로 그동안 국산 솔루션 기업에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준 텃밭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국 기업들의 SMB 시장공략이 거세면 거세질수록 국산 기업들은 이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산 업체들은 비단 대형 경쟁업체의 등장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 IT경기의 전반적인 침체에 따라 SMB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고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 초만해도 대형 엔터프라이즈 시장진출을 의욕적으로 선언했던 국산 기업들은 대형 수요가 기대에 턱없이 못미치면서 틈새시장 발굴에 착수했다.

 특히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그룹웨어 등 국산 기업용 솔루션 기업들은 차근차근 SMB 시장에 특화된 솔루션을 속속 선보이면서 시장성장에 대비해왔다. 그룹웨어 업체들은 그동안 많게는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해온 공공시장이 올들어 큰 수요를 창출하지 못함에 따라 중소기업용 시장개척에 눈을 돌렸다.

 그룹웨어의 경우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이미 솔루션을 도입했다고 보고 기존 고객을 지식관리시스템(KMS), 기업정보포털(EIP) 고객으로 연계해 나가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예 처음부터 그룹웨어와 KMS, EIP를 연계한 통합 솔루션 제안으로 비용절감을 원하는 중소기업을 유치한다는 전략도 수립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굵직굵직한 정부 프로젝트 수주에만 매달렸던 주요 그룹웨어 기업들은 전국적으로 전문 파트너사를 모집해 자사의 솔루션에 대한 기술지원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또 ERP 업체들은 중소기업 3만개 IT화 사업에 이어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업종별 템플릿 등을 구비하고 SMB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국산 솔루션 기업들은 올들어 전국 판매 협력업체를 확충하는 등 고객 접점을 보다 늘려나가는 작업을 활발히 추진하기도 했다.

 대형 벤더들의 SMB 시장확대의 매개체로 활약하는 주요 유통 채널들도 올들어 보다 다양한 프로모션과 기획상품 등으로 중소기업 유치에 나섰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시스템스 등 주요 다국적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제품을 공급하는 유통사들은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해 예년에 비해 파격적인 고객유치 행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국산기업들은 SMB 시장의 활황을 제 2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삼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산 업체들이 외산 업체의 파상 공세에 대응할 만한 체계적인 시장수성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솔루션 기업과 달리 국산 패키지 업체들은 ‘외산 기업의 SMB 시장공략에 대한 대비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이미 주요 고객이 중소기업인 만큼 특별히 전략 부서를 신설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대답한다.

 오히려 일부 업체들은 기존에 주요 공략 대상인 SMB 시장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자 반대로 기업용 솔루션으로 대형 수요발굴에 나서기도 한다. 토종 웹에디터의 자존심인 나모인터랙티브는 그동안 SMB 및 공공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으나 최근에는 기업용 솔루션으로 대형 통신업체와 해외사업자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같은 국산 기업들의 반응은 SMB 시장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SMB 고객들은 신규 IT투자에 신중한 만큼 접근이 용이하지 않고 제품 공급업체는 간접판매를 확대하면서 들인 공에 비해 단시일내 큰 수익을 올리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이미 SMB 고객발굴의 어려움을 익히 알고 있는 국산기업들은 새로운 모델발굴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안팎의 중론이다. 대형 외국기업들은 생존 차원에서 소규모 기업에까지 적용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전방위적으로 협력사들을 확대해 SMB 시장을 노리고 있다.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우 체계적인 라이선스 정책과 할인가격 등을 내세우고 있는 외산기업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아닌 보다 향상된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또 그룹웨어나 ERP업체들은 외산기업에 비해 뛰어난 커스터마이징 능력과 사후 유지보수 등으로 고객에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다수 ERP 기업들이 업종별로 특화된 솔루션을 내놓고 미개척지에 뛰어드는 모습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유통채널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비도 필요한 시점이다.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은 하드웨어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마구잡이식 유통과 제대로 된 가격체계의 미정립 등으로 중소기업 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했다.

 기업들은 2, 3년 전에 비해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자체가 대폭 축소된 만큼 판매 협력사를 무조건 늘릴 것이 아니라 수준높은 기술지원이 가능한 역량있는 소수 총판 체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산 솔루션 기업의 한 관계자는 “중견 중소시장 공략을 위해 무조건 고객접점을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는 없다”며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우 SMB 고객을 보다 효과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고객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상응하는 솔루션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조치”라고 조언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연매출 300억∼3000억원대의 중견기업 ERP 수요를 잡아라.’

 올들어 SMB 시장에서 외산과 국산 기업의 대결이 그 어느 부문보다 치열한 곳이 바로 중소기업용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이다.

 그동안 국내 ERP 시장은 대표적인 외산 ERP 기업인 오라클과 SAP가 대형 고객을, 국내 ERP 전문기업들이 매출 30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용 ERP 시장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각각의 고유 영역에서의 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기존에 국산이 대부분의 수요를 차지해온 SMB 시장에 외국기업들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ERP 업체들은 국산 기업만이 제공할 수 있는 ‘한국기업의 실정에 맞는 특화된 솔루션’ 제공으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특히 3만개 중소기업 IT화 사업 이후 중소기업의 시스템 환경에 대한 요구 수준이 고도화되면서 범용 ERP솔루션 외에 업종별 특화 템플릿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하이네트, 뉴소프트기술, KAT시스템 등 대부분의 전문 ERP 업체들이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주문형 ERP 모델 등 앞다퉈 차별화된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기업은 외산에 비해 ‘가벼운’ 솔루션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대부분의 SMB 고객이 저렴한 비용으로 각 기업이 꼭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ERP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기존 외산 제품이 구축된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윈백 영업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룹웨어와 마찬가지로 ERP업계에도 통합 ERP 도입에 대한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ERP와 유관 솔루션을 연계한 제품영업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산 ERP 전문기업들은 보다 원활한 제품판매 및 구축을 위한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한편 이같은 협력망을 통한 기술지원 수준을 한층 높이는 방식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를 통한 ERP 사업도 호응을 얻고 있는 추세다. 국내 대표 ERP기업인 코인텍은 이미 ASP를 통해 고객의 50% 이상을 유치하고 있다.

 하반기들어 이들 국산ERP 기업들은 국내 SMB 시장영업 강화와 병행해 일본·중국 등 아시아 SMB 시장을 겨냥해 수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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