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공중전화 미운오리새끼 전락

 일본의 공중전화가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80년대 일본 전역 어디에서나 전화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사랑받던 공중전화가 이동전화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천대받는 신세로 추락한 것이다. 일본내 공중전화는 NTT가 민영화되기 직전이었던 84년말 한때 전국에 걸쳐 93만5000대에 달했다. 이후 조금씩 줄어들던 공중전화대수는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더욱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감소는 민간경제의 불경기가 그 배경에 있다. 공중전화의 주요 설치 위탁자인 담배가게나 술집 등이 불황에 떠밀려 문을 닫으면서 공중전화수도 조금씩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공중전화의 존재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9월말 현재 일본 전역에 무려 7200만대가 넘게 보급돼 있는 ‘이동전화’는 공중전화 대당 이용 감소를 가져온 장본인이다. 이처럼 공중전화 사업은 “이익은커녕 손실만 안겨주는 천덕꾸러기”라는 인식이 높아가며 그 수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가장 먼저 손을 든 통신업체는 일본텔레콤이다. 이 회사는 주요 지하철역에 설치한 신용카드 사용 공중전화인 ‘엑키덴쿤’을 지난 99년에 서비스 종료했다. 이어 일본내 제2통신서비스 업체인 KDDI도 올해 9월을 마지막으로 선불카드 사용하는 공중전화인 ‘001-IC 클로벌 폰’ 서비스를 중지했다.

 열차에 설치한 공중전화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이다. 87년 사카큐 전철이 관서지방 최초로 열차내 공중전화를 설치한 이래 긴테츠, 남해 전철, 교사카 전철 등 대부분의 전철이 공중전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하지만 이동전화 확대에 따라 이용액이 설치당시와 비교해 70% 정도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폐지 움직임이 표면화되고 있다.

 사카큐 전철과 교사카 전철은 삭감 또는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교사카는 열차내 전화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좌석으로 변경, 수익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공중전화가 돈이 안되는 사업으로 전락한 현 상황에서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은 바로 NTT다. 비록 민영기업이긴 하지만 NTT법에 의해 통제받고 있는 NTT는 모든 국민이 공평하고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지워져 있다. 이미 NTT는 최근 몇년간 공중전화 사업 부문에서 매년 300억엔이 넘는 손실을 보고 있다. NTT법 안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한 NTT측의 노력은 계속돼 왔다. 우선 여러대가 동시 설치된 지역에서 공중전화 부스의 수를 줄이고 있다. 또한 부스 청소횟수를 줄이고 요금회수 경로를 효율화하는 등 세세한 부분에 힘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2000년 389억엔 손실을 2001년에는 344억엔으로 줄이기는 했지만 근본적 흑자전환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NTT는 내년 3월까지 7만8000대를 줄이는 등 최대 규모의 공중전화 삭감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내년 3월 NTT가 운영하는 공중전화는 60만2000대로 줄어들게 된다. 지금까지의 매년 1만∼2만대씩 줄이는 속도로는 손실을 만회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여전히 법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는 공중전화 삭감에 한계가 있으며 그렇다고 서비스를 중지할 수도 없다. 이래저래 공중전화사업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NTT의 근심덩어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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