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PC산업 활성화 대책마련 시급

 회복조짐을 보이던 PC산업이 또 다시 혼미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니 걱정이다. 경기침체 장기화 및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돼 크리스마스 특수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더욱 우려되는 현상은 전자부품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품은 완성품의 수요를 미리 알려주는 선행지표다. 그런 측면에서 컴퓨터 주기판과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 등 전자부품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PC산업의 장기불황을 예고하는 적신호라 아니할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수경기도 후퇴조짐을 보이고 있다. 데스크톱이 깊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3분기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해오던 노트북의 상승세가 꺾이면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주요 PC업체의 3분기 판매실적은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전체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00대 줄어든 4만9000대를, 한국HP가 2500대 줄어든 1만70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또 LGIBM은 지난해 수준인 1만 6200대를,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펼쳤던 현주컴퓨터는 17% 늘어난 1900여대를, 삼보컴퓨터는 50% 정도 늘어난 1만500대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 PC업체들이 3분기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세계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반면 판촉의 호재가 될 만한 특별한 이슈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의 투자와 위축된 소비심리가 지속될 경우 PC산업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는 등 IT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으로 분석된다.

 변수는 또 있다. 가격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 보급형 제품을 출시하면서 국내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일본산 제품의 파상공세다. 부족한 애프터서비스(AS)망을 보완하기 위해 3년이라는 파격적인 무상보증 수리기간을 선보이면서 무차별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일본산 PC의 온라인쇼핑몰 판매비율이 이미 국내업체 실적에 육박할 정도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세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워 한국시장 공략에 나선 일본업체의 파상공세에 대응하면서 안방시장을 지키는 것이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전세계 IT분야 CEO들의 모임인 ETRE에 참석한 크레이그 배럿 인텔 최고경영자가 밝힌 컴퓨터산업 전망이다. 내년 초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은 오는 2004년이 돼야 PC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점쳐온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보다 앞서는 밝은 소식이다.

 PC산업의 근간인 안방시장을 지키면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는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투자의 최우선과제를 연구개발 및 기술혁신에 두는 것이다. 조립·가공 위주로 성장함에 따라 제조기술력은 축적된 반면 핵심부품이나 기반기술력이 취약하다는 것이 우리의 단점이기 때문이다.

 원가절감은 물론 독창적인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 이익창출 및 고객중심 경영체제로의 전환과 전문화 및 집중화 문제도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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