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분야 산·학·관·연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한상기 벤처포트 사장)’ 10월 월례 조찬 토론회가 1일 오전 서울 강남 리츠칼튼호텔 금강홀에서 열렸다.
각계 전문가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진구 코인텍 사장이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ASP’, 박규헌 이네트 사장이 ‘컴포넌트 산업의 현황 및 전망’을, 유승삼 벤처테크 사장이 ‘첨단기술 마케팅, 성공공식 따로있다’라는 제목으로 소프트웨어 시장 전반에 걸친 주제발표를 했다.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환경변화와 대응방안, 문제점 등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인 이날 모임의 주제발표 및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서진구(코인텍 사장)=현재의 상황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일 수도 있다. 이러한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현재의 소프트웨어 환경은 클라이언트 서버에서 웹으로 바뀌는 상황이다. 어떤 방식을 사용하든 간에 소프트웨어 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가 문제지만 지난해처럼 아주 어려운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
◇한상기(벤처포트 사장)=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경우는 대기업과 관계된 SI업체들이 많은 경우가 다반사다. 자본을 갖춘 기업들에 중소업체들이 종속돼 있는 구조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박규헌(이네트 사장)=그것은 기술과는 또다른 문제다. 사실 소프트웨어 업체든 하드웨어 업체든 5년 뒤에 그 회사가 존속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국내에서 엔터프라이즈를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성공하지 못한 사례는 많다. 다만 대기업군과의 거래에 있어서 독립성은 확보돼야할 것이다. 또다른 차원에서 글로벌 환경에서는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영세하다고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하나의 컴포넌트로 자리잡을 수 있느냐의 문제는 공급과 납품의 주종관계에서보다는 자체 상품이 독창적이고 독립적이지 않다는 데 원인이 있다.
◇유광원(이지아이티 사장)=컴포넌트 소프트웨어들이 산업에서 표준화되기 위해서는 법적인 제도화도 필요하다. 회계나 인사 분야의 경우는 제도권의 영향아래 표준화가 일정부문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런 분야보다는 생산과 직결되는 실제 제조분야가 더 비중이 높다. 이런 분야에 대한 시스템화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박규헌=그 대표적인 예가 B2B다. 산자부가 3년째 대표적인 오프라인 업종들의 업무 인프라를 표준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켓플레이스라는 것이 불특정 다수의 공급업자로부터 제품을 유통하고 구매하기 때문에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표준화되지 않으면 거래가 수반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정부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어 개선의 여지가 높다.
또 업계에서도 B2B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업종별로 표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롱텀으로 볼 때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비즈니스 인프라들을 표준화시키고 있다고 본다.
단적인 예로 웹을 들 수 있다. 기업에서 웹이 전면에 등장해 이를 중심으로 업무가 통합되니까 웹에서의 프로세스와 거의 동일하게 시스템이 구성된다. 고객이 들어와 주문하거나 상품정보를 얻는 것은 굉장히 표준화돼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웹이 보급되면서 고객을 만나는 접점을 통해 기업 내부의 프로세스가 표준화돼 있어야 한다.
◇서진구=기본적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솔루션의 경쟁력이 있어야 된다. IDC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다. ASP협회 일부 회원사들은 이런 장점을 잘 살려 영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단순 ASP서비스 업체는 경쟁력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일부 아웃소싱 개념을 도입해서 ASP서비스에 나서는 업체일 경우 매출에 적잖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일례로 단순 그룹웨어를 빌려주면 월 10만원도 받기 힘들다. 하지만 유통사의 재고관리를 시스템 째로 수주받을 경우 그 10배도 넘는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비즈니스는 대기업의 영역은 아니다. 수요자도 제공자도 중소업체로 업체의 규모보다는 경쟁력을 갖춘 경우에 해당한다.
◇이백용(바이텍사장)=ASP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ERP나 그룹웨어처럼 정형화되고 표준화된 툴이 적합할 것으로 본다. 산업의 표준은 어디에나 적용되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런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본다.
◇서진구=미국의 경우 인사관리나 재무관리 등 필요한 분야를 ASP에 의존해 사용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ERP같이 복잡하고 메인터넌스가 필요한 분야가 활성화되어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 진취적인 유저들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증거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는 우리와 정반대다. 즉 정형화된 모델들은 우리나라에서 안된다고 봐도 된다.
◇박기순(아라리온 사장)=하드웨어 특히 반도체 업체에 종사하고 있지만 기본 개념은 비슷한 것같다. 반도체 모델도 복잡한 부품들을 조립해 표준 모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러나 반도체의 경우는 제조프로세스가 모두 틀려 공정의 표준화가 상당히 어렵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여건은 오히려 좋다고 볼 수 있다.
◇박규헌=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본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역사가
짧기 때문에 사실 많이 낙후돼 있다고 봐도 된다. 건설업체들의 프로젝트 관리와 비교해본다면 수준이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 때문에 기존 오프라인 분야 인물의 영입을 통해 기술과 매니지먼트의 괴리를 많이 없앨 수 있다. 아직까지 산업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컴포넌트나 웹 서비스가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툴로,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게 하는 툴로 작용해야 한다.
◇전세영(충남대 교수)=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16%만이 사용되고 있다는 말에 공감을 한다. 공급자와 소비자의 입장은 항상 상반되는 것 같다.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에는 특히 더 그렇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오프라인에서 일해오던 사람들도 전산화를 위해서 정확하게 뭘 요구해야하는지 잘 모른다는 취약점이 있다. 또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한가지를 성취하면 또다른 요구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때문에 프로젝트 진행 초기단계부터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리소스의 70% 정도는 요구분석단계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세탁(BnC-Global 사장)=미국에서 SI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해오던 지인의 말을 빌리면 중간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스텝 바이 스텝으로 발주자와 수주자가 주단위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 툴을 개발해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고 있는데 그런 것이 우리나라에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아울러 ASP는 중소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툴이라고 본다. 또 컴포넌트화에 잘맞는 개념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급자나 소비자 모두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이 많은데 여건상 보급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을 해야한다고 말은 많이 하지만 이런 분야에도 많은 지원이 뒤따라야할 것같다.
◇박규헌=기업이 비즈니스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이다. 은행의 예를 들자면 고객들의 입출금을 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경쟁력이다. 또 그런 시스템이 다 갖춰진 상황에서는 고객에 대한 매니지먼트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는가가 경쟁력이다.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전략 부문을 IT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중소기업도 어떤 부분이 전산화가 필요한가를 냉철하게 보고 투자를 해야한다고 본다.
◇하원규(한국전자통신연구원 IT정보센터장)=컴퓨터 파워를 활용하는 형태를 시기별로 보면 85년까지 메임프레임시대, 95년 PC의 시대, 2000년까지는 인터넷 시대, 2005년까지는 브로드밴드의 시대, 2005년부터는 유비쿼터스의 시대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시대별로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소프트웨어가 개발돼왔다. 앞으로 유비쿼터스 시대는 표현할 수 없는 크기의 네트워크 환경에 적용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것은 마치 플러그에 전원을 끼우듯이, 수도처럼 틀면 물이 나오듯 언제든지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다.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역할은 제3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비중을 더할 것이다. 패러다임의 발전양상으로 볼 때 시장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소프트웨어에 대한 장기비전을 세워서 대응해야할 것으로 본다.
◇이기호(네비스텍 대표이사)=외국제품을 선호하는 풍조가 바뀌어야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사실 소프트웨어분야는 하부조직을 구성하는 개발자들은 상당히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데 결제를 하는 계층이 변화를 싫어하는 시대일 수도 있다. 때문에 인지도 높은 외국산 소프트웨어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말하면 휴대폰의 경우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시스템을 갖고 있고 경우에는 오히려 외국에서 먼저 손을 내미는 경향도 있다.
◇신상철(한국전산원 지식정보기술단 단장)=현재 소기업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의 일환으로 창원에서 기업정보화를 조사했는데 기업정보화가 51%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것도 99년의 18%보다는 높아졌지만 네트워크에 접속되지 않은 스탠드얼론 형태로 PC를 사용하는 사례가 60%였다. 때문에 ASP를 비롯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너무 이르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다.
◇서진구=미국의 예와 우리의 예가 상이한 것에 대해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미국에서는 ERP에 대해서는 별 흥미를 못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분야와 상대가 안될 만큼 ERP 사용도가 높다. ASP 역시 아직도 먼 비즈니스 모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조금씩 보이고 있다. 98년부터 화두가 많이 됐으나 비즈니스로 발전하지 못했으나 최근 ASP기업들은 아주 영업을 잘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놀랍게 ERP를 ASP로 제공한다는 것은 대단히 놀랄 만한 비즈니스 모델일 수 있다. 풀아웃소싱에 해당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하는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유승삼(벤처테크 사장)=ASP는 초기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직 시장 발전단계의 시작단계도 벗어나지 못했다. 초기 시장의 혁신수용자들이나 선각수용자들이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앞으로 곧 캐즘이 닥쳐올 것이다. 그럴 경우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가.
우리는 신용카드 사용자들에게 세제해택을 줌으로써 신용카드 사용을 폭발적으로 늘리게 한 사례를 보아왔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정부주도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ASP도 정부 보조 정책이 나오고 정책적으로나 교육, 서비스 측면에서 유통정책이 나와준다면 빨리 보급될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인프라가 앞서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에도 눈을 돌려야한다. 인프라를 갖고 있지만 제품화하는 능력이 상당히 뒤진다고 볼 수 있다.
<정리=이규태기자>
많이 본 뉴스
-
1
모토로라 중저가폰 또 나온다…올해만 4종 출시
-
2
단독개인사업자 'CEO보험' 가입 못한다…생보사, 줄줄이 판매중지
-
3
LG엔솔, 차세대 원통형 연구 '46셀 개발팀'으로 명명
-
4
역대급 흡입력 가진 블랙홀 발견됐다... “이론한계보다 40배 빨라”
-
5
LG유플러스, 홍범식 CEO 선임
-
6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7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
8
페루 700년 전 어린이 76명 매장… “밭 비옥하게 하려고”
-
9
127큐비트 IBM 양자컴퓨터, 연세대서 국내 첫 가동
-
10
'슈퍼컴퓨터 톱500' 한국 보유수 기준 8위, 성능 10위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