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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보기술(IT) 산업 분야의 사상 최악의 불경기로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체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그동안 세계 IT산업의 중심 역할을 해온 실리콘밸리가 더 이상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없을 지 모른다”는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중 실리콘밸리 상위 30위 IT기업들의 총 R&D 지출은 작년동기(125억달러)보다 5%가 줄어든 119억달러에 그쳤다. 조사에서는 톱 30위권 기업 중 절반이 넘는 16개 기업이 작년동기보다 R&D비용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유닉스서버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비롯해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 그리고 HP에서 분사한 세계적 계측기 업체인 애질런트 등이 이 기간중 R&D 비용을 축소했다.
반면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과 세계 1위 반도체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등을 포함해 10개의 기업만이 작년보다 R&D 비용을 늘렸으며 4개 기업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실리콘밸리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오라클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엘리슨은 “실리콘밸리가 이전 같지 않다”고 언급하며 “이번 침체를 단순한 경기순환적 부진으로 보는 사람은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는 “이번 불황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은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실리콘밸리의 불황으로 IT산업의 혁신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의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인 댄 윌슨도 “기업의 R&D 투자는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증가를 이끄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현재 상황은 매우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현재의 실리콘밸리 불황이 경기순환론적인 면도 일부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지난 60년대 이래 미국 산업의 R&D 투자가 결코 줄어든 적이 없다는 미국국립과학재단의 자료를 인용하며 일제히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R&D 부진은 그동안 IT호황을 이끄는 데 한 축을 담당했던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격감도 한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와 벤처이코노믹스가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벤처캐피털들이 상반기에 실리콘밸리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일년전(78억5000만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39억달러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기업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특허권도 예년과 달리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실리콘밸리의 혁신이 종말을 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던지고 있다. 즉 미국 특허·상표청(US Patent and Trademark Office) 전망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특허권(애플리케이션 분야)은 작년보다 1.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지난 96년이래 매년 10%의 증가세를 보이는 것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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