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DSL과 기존 장비와의 주파수간섭 문제는 차세대 초고속인터넷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는 VDSL의 보급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기존 전화회선을 이용해 최대 52Mbps의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초고속인터넷 기술인 VDSL은 △한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국가로 끌어올린 ADSL에 이어 국내 인터넷 인프라의 진화를 가져다주고 △아직 ADSL 도입이 계속되고 있는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 먼저 본격적인 도입작업이 시작돼 세계시장을 국내업체가 선점할 수 있는 유망상품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제점=주파수 간섭현상을 일으킨 장비는 국내 초고속인터넷장비업체가 독자 개발한 TDSL(Time division duplex DSL)장비로 VDSL과 마찬가지로 기존 전화회선을 이용해 최대 6Mbps의 속도를 구현한다. 이 기술은 지난 2000년 초고속인터넷 확산시기에 국내 독자기술이라는 점과 구축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점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도입됐다. 특히 당시 ADSL 가입자의 폭증에 따른 ADSL 핵심 부품 품귀현상으로 장비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통신사업자 사이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돼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통신사업자들이 VDSL서비스를 위해 필드테스트를 갖는 과정에서 5∼6㎒대역의 고주파수 성분이 발산돼 VDSL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ADSL은 1㎒까지의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주파수대역을 최대 30㎒까지 확장하는 VDSL과는 일부 대역에서 간섭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VDSL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VDSL의 가장 큰 장점인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응방안=통신사업자들은 필드테스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지만 필터링 장치를 장착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장비업체와 함께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 TDSL장비에서 발생되는 고주파 성분을 걸러주는 장치를 VDSL장비에 장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향후 VDSL장비 신규도입과 관련해서는 입찰규격에 이에 대한 기술적 기준을 추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장비업계도 대책마련에 부산하다. VDSL 장비업체는 주파수 간섭현상을 막을 수 있는 필터링 장치 및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TDSL장비를 공급한 업체도 고주파수 성분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등 문제해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현재 공급되고 있는 VDSL장비가 주파수 변조방식으로 택하고 있는 QAM(Quadrature Amplitude Modulation) 대신에 ADSL의 표준안인 DMT(Discrete Multitone)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DMT는 QAM과 달리 가입자선로의 주파수대역을 수십개의 서브 채널(Sub Channel)로 분할하기 때문에 주파수 간섭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전세계 VDSL업계는 두 방식을 놓고 표준화작업을 진행중이며 DMT방식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단계다.
◇향후 전망=이러한 각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VDSL 업계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2000년 당시 비교적 적은 양의 TDSL장비를 도입한 KT와 달리 상당히 많은 장비를 도입했던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은 VDSL사업을 놓고 적지 않은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KT를 제외하고는 VDSL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시기를 놓고 저울질하는 상황이었기에 이번 문제로 인한 사업지연이 우려된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포스트ADSL 사업의 본격적인 전개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통신사업자, 장비업체, 정부 등이 공동으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문제가 국내 독자 기술인 TDSL과 아직 세계적으로 표준화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VDSL간에 생겨난 것인 만큼 이에 대한 규제 및 표준안에 대해 정부의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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