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WCDMA 핵심칩 상용화 박차를

 통신강국을 목표로 정부와 산업계가 전략적으로 추진해온 비동기식 IMT2000(WCDMA) 핵심칩 개발사업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CDMA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퀄컴의 지배력에서 벗어나고 세계시장 진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출연금과 정보화촉진기금을 투입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왔던 프로젝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로 인해 3세대 이동통신 핵심부품 국산화사업이 공염불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주요 장비 제조업체들이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ETRI와 관련업계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국산화한 부품을 외면하고 외산 칩세트 위주로 장비개발에 나섰다는 점이다. 대다수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내년 1분기에는 퀄컴의 싱글모드 베이스밴드칩 MSM6200을 탑재한 유럽 수출용 제품을 출시하고,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에는 동기식과 비동기식이 모두 지원되는(듀얼모드·듀얼밴드) MSM6300과 MSM6600 등을 탑재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는 것은 설사 WCDMA 핵심칩을 국산화했더라도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WCDMA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면서 3세대 이동통신시장 선점경쟁에 나선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 선진업체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가 핵심칩에 대한 독점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우리의 기술력으로 개발한 핵심칩 기술을 사장시킬 경우 산업계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통신강국이라는 목표달성도 요원하다.

 물론 퀄컴칩을 사용하려는 장비업체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KT아이컴과 SKIMT 등 국내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들이 내년 중반 상용서비스를 목표로 기지국·단말기 등의 장비 발주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국산 WCDMA칩의 상용화 일정이 불투명하고, 국산화된 부품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기우라고 본다. WCDMA 싱글모드칩과 cdma 2000 1x와 WCDMA를 동시에 지원하는 모뎀칩과 고주파(RF)칩의 개발이 방증하듯 우리의 기술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대내외적인 평가다.

 실제로 WCDMA 싱글모드 및 cdma 2000 1x와 호환되는 듀얼모드·듀얼밴드 기술력을 구비하면서 단말기의 핵심칩인 MSM과 RF칩을 국산화한 벤처가 적지 않고, WCDMA 기지국에 필요한 주문형반도체(ASIC)를 직접 개발한 LG전자와 표면탄성파(SAW)필터와 전력증폭기(PA)모듈을 제조하는 LG이노텍·삼성전기 등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상당수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기술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퀄컴 칩세트가 또다시 WCDMA시장의 꽃이라고 불리는 3세대 단말기 개발에 주력으로 채택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그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던 성과물들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당초 예상과는 달리 WCDMA시장이 주춤거리는 등 통신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퀄컴의 cdma 2000 1x를 기반으로 WCDMA까지 연계되는 형태로 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부품 국산화다. 어렵게 개발한 국산 부품의 채택을 통해 개화되고 있는 WCDMA시장을 만개시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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