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부품업계 자원낭비 강력 반발
3세대 이동통신 부품 국산화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전략적으로 개발해온 비동기 IMT2000(WCDMA) 핵심칩들이 상용화 단계에서 중대 기로를 맞고 있다.
26일 반도체·부품업계에 따르면 KT아이컴과 SKIMT 등 국내 비동기 IMT2000 사업자들이 내년 중반 상용서비스를 목표로 기지국·단말기 등 장비 발주에 착수한 가운데 주요 장비 제조업체들이 국산 칩보다는 외산 칩세트를 중심으로 장비개발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내년 1분기 퀄컴의 싱글모드 베이스밴드칩 MSM6200을 탑재한 유럽 수출용 상용 제품을 내놓고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에는 국내외 통신 규격을 고려해 동기식·비동기식이 모두 지원되는 (듀얼모드·듀얼밴드) MSM6300과 MSM6600 등을 탑재한 제품을 선보인다는 생산 프레임을 잠정 확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부품업계에서는 이미 WCDMA 싱글모드칩과 cdma2000 1x 및 WCDMA를 동시에 지원하는 모뎀칩·RF칩을 국산화했고,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보유한 대응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에 오른 상황에서 또다시 퀄컴 칩을 쓴다는 것은 정치적 고려나 과당 경쟁에 의한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그동안 정부가 출연금과 정보화촉진기금 등을 투입하고 ETRI를 주관기관으로 업계가 함께 3세대 이동통신 핵심부품 국산화를 위해 다년간 기술개발에 매진해 놓고 정작 상용화 시점에 이르러서는 외산 솔루션을 채용한다는 것은 자원의 낭비”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한 관계자는 “이미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3세대 이동통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WCDMA 솔루션을 자체 개발, 핵심칩에 대한 독점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업체들이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핵심칩 기술을 사장시킨다는 것은 산업계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조치”라며 장비 제조업체들의 맹목적인 외산 선호도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 측은 “현재 퀄컴 솔루션과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병행 채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핵심칩 안정화에 힘을 쏟고 있다”면서 “시장경쟁이 치열한 만큼 적시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부품 공급라인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