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통부의 디지털 케이블TV 정책

 최근 정보통신부는 미국의 오픈케이블 방식을 국내 케이블TV 표준으로 확정·공고했다. 특히 끊임없이 논란이 돼온 수신제한시스템(CAS) 내장형 셋톱박스와 CAS를 포함한 POD(Point of Deployment) 분리형 셋톱박스에 대해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POD 분리형 셋톱박스를 강제한다는 조항을 그대로 살렸다.

 정통부가 디지털케이블TV의 시행 당사자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디지털미디어센터(DMC) 사업자들의 반발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집한 것이다. 정통부의 고집에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CDMA에서 성공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정통부의 고집을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이른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통부의 정책을 한 번쯤은 되짚어봐야 할 때다. 디지털방송서비스가 시급한 사업자들은POD 분리형 셋톱박스제품이 상용화되기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이며, 또 상용화 가능한 제품이 출시된다 하더라도 확실한 검증없이는 방송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면서 여전히 정통부의 정책 방향을 수긍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정통부가 케이블TV 표준규격을 확정·공고한 시점을 전후로 미국 내 상황이 반전되고 있어 정통부의 논리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8월 초 전미케이블TV사업자협회(NCTA)가 POD 분리형 셋톱박스에 대한 부작용을 들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POD 분리형 셋톱박스 강제조항 철폐를 요구한 데 이어 FCC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미국 하원에서 최근 이 강제조항을 폐지하고 CAS 내장형 셋톱박스를 계속 허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상정할 예정인 것으로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만일 미국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정통부의 정책당위성이 상실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케이블TV산업은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 디지털방송서비스도 늦어지고 미국시장 진출이라는 산업적 효과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케이블TV산업 육성과 세계시장 진출이 궁극적인 정책 목표라면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의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국 내 상황이 이렇다면 정통부도 미국의 흐름을 주시하고 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문화산업부·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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