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개최된 남북경제협력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남북이 △이중과세 방지 △청산결제 △투자보장 △상사분쟁 해결 등 4개 부문의 경제협력합의서를 이른 시일 내 각기 법적 절차를 밟아 발효시키기로 합의함으로써 경협 가속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남북 양측이 상대편 지역에서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4개 경협합의서는 남북이 경제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초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우리 기업가들이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남북은 이미 지난 2000년 12월 제4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합의서명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경협합의서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기 위한 국내 절차로 국회가 동의 여부만 결정하는 조약비준 방식을 채택, 지난해 5월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하지만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넘겨진 경협합의서 조약비준 동의안은 지금까지 계류돼 있다. 이 배경에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 헌법과의 불일치를 빚는다는 주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북측이 상응하는 조치없이 남측만 발효할 경우에 대한 상황도 고려됐다. 특히 현재로서는 대통령선거를 앞둔 국회에서 한 차례 논란을 빚은 조약비준안을 승인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4개 경협합의서는 국내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데 가장 우선적인 제도”라며 “국회도 경협합의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감 이후 경협합의서 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5년째 대북 경협을 진행 중인 한 기업가는 “여전히 각종 법률적·제도적 제약이 남북 경협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서도 남북 경제협력 4개 합의서가 이른 시일 내 발효돼 남북간 상거래의 제도화가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남한 기업가들이 그동안 힘들게 이끌어낸 여러 남북 협력사업 계획 가운데 상당수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경협합의서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이상 4개 경협합의서 발효를 미루거나 반대하기에는 명분과 실리가 없다. 이제 정치권이 남북 화해·협력에 대한 의지를 말로 만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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