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르는 `신의주 SM 밸리`>(상)동북아 최대 `IT단지` 뜬다

 최근 북한의 경제체제 변화, 경의선·동해선 철도연결 착공식, 북일수교 협상재개 등으로 남북경협 분위기가 나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은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북한당국이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을 제정해 입법, 사법, 행정권을 특구에 일임하는 등 파격적인 조치를 취함에 따라 지난해부터 남북한과 중국이 함께 추진해온 ‘신의주 소프트웨어·멀티미디어(SM)밸리’ 조성계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신의주 SM밸리’ 조성구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데다 추진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신의주 특구 조치의 의미와 ‘신의주 SM밸리’ 조성계획 및 전망에 대해 3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

 ◇신의주 특별행정구 지정=북한이 지난 12일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지정하면서 채택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을 지난 21일 즉각 대외에 공개한 것은 경제특구 지정에 대한 북한당국의 의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신의주는 유리한 교통여건과 함께 주변에 토지, 공업용수, 전력도 풍부해 90년대 초반 이후 줄곧 경제특구 지정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신의주 특구 지정 움직임은 지난해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을 계기로 수면위로 부상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단둥과 신의주간에 경제협력과 교역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문제를 논의한 뒤 귀국길에 3일 동안 신의주를 시찰하고 신의주와 개성을 중국의 상하이 방식 등을 참고해 경제특구로 개발해보는 방법들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신의주가 경제특구로서 가진 장점은 우선 서해와 면해 있어 물류에 이점이 있고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중국의 단둥과 접경지역이라는 점이 꼽힌다. 또 경공업 중심의 공업이 주력산업이어서 외국기업이 들어와 임가공 등의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 게다가 지난 19일 남북이 연결공사를 시작한 경의선이 복선화돼 남북한간 연결되면 남∼북∼중의 물류

와 교역의 주요기지로 부상할 수 있게 된다.

 ◇현실화하는 신의주 소프트웨어·멀티미디어밸리 조성계획=신의주는 그동안 남북간에 논의돼 온 서해 개성공단과 달리 정보기술(IT)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실제로 이번 신의주 특구 기본법은 첨단과학기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과학기술 분야를 적극 개척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개성공단의 경우 기계·섬유·신발·자동차 등 일반 제조업종 중심으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IT 중심의 신의주밸리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대규모 선투자가 요구되고 투자회수가 이뤄질 때까지는 산업공단의 특성상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남한내 전문가 사이에서는 개성공단보다도 신의주가 먼저 경제특구로 열릴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특히 북한이 신의주를 특별행정구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지난 2000년부터 남북한과 중국이 함께 추진해온 ‘신의주 소프트웨어·멀티미디어밸리’ 조성 추진계획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한의 하나비즈와 북한의 대남 무역기구인 민족경제협력련합회가 공동으로 지난해 8월 중국 단둥시 개발구에서 설립한 남북간 IT 첫 합작회사인 하나프로그람쎈터는 장차 신의주에 진출해 ‘단둥-신의주 소프트웨어 멀티미디어 밸리’ 조성의 ‘첨병’이 되는 원대한 구상을 세워 놓았다. 즉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자동차로 불과 10여분 거리에 있는 단둥-신의주 IT단지에 한국과 외국 기업을 유치해 이 일대에 동북아 최대의 IT개발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이 사업계획은 지난해 6월 신의주 소프트웨어·멀티미디어밸리의 제1단계 사업이랄 수 있는 하나프로그람쎈터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시가 바라다 보이는 단둥시 개발구에 설립되면서 구체화됐다. 하나프로그람쎈터는 현재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북측의 기술인력이 나와 개발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평양의 평양정보쎈터에 있는 200여명의 기술인력과 수시로 협력작업을 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이와 관련, 센터는 개발인력 100여명까지는 단둥에서 사업을 수행하되 규모가 확대되면 단순 프로그래밍 인력은 상대적으로 사업비용이 저렴한 신의주에 상주하고 핵심인력을 중심으로 단둥에 상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프로그람쎈터의 남측 대표를 맡고 있는 문광승 사장은 “신의주가 지정학적으로 대외와의 협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측이 정보기술분야 기술인력을 대규모로 파견하거나 대외협력창구를 개설해 인도와 유사한 형태의 사업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으며 인터넷의 연결이나 왕래조건이 그 어느 곳보다 우위에 있어 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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