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사용자가 서비스업체를 바꿔도 같은 번호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이동통신 번호이동성(WLNP:Wireless Local Number Portability) 기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국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이 오는 11월 24일부터 이를 시행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관련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서 이의 실질적인 시행은 어느 정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동통신 서비스는 기존 유선통신 서비스에 비해 유익한 점이 많다. 이동전화는 어느 지역에 있든지 같은 번호로 통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선전화에서는 별도 요금을 내야 하는 콜러 ID, 통화 대기, 음성메일 등의 여러 가지 서비스를 패키지로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이동전화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 그것은 유선전화는 가입자가 서비스업체를 바꿔도 같은 번호를 가지고 갈 수 있지만 이동전화는 현재 그것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이동통신 사용자가 기존 서비스를 해지(churn)하고 다른 서비스로 옮기려고 할 때 같은 번호를 사용할 수 없다.
이처럼 FCC의 시행규칙에 따라 미국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은 오는 11월 24일부터 WLNP 기능을 제공하도록 돼 있다. 이와 함께 FCC는 이동통신 번호의 부족무제를 해소하기 위해 ‘번호 풀(pool)’제를 실시할 것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은 번호이동성 기능이 현재로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고 그 체제를 구축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그에 필요한 네트워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이를 서두르면 서비스에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업체들은 이를 시행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므로 시행시기를 늦추든가 아니면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9억∼10억달러, 또 이의 운영을 지원하는 데는 연간 5억달러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 관련기관을 비롯한 중소 이동통신업체, 소비자단체들은 이 새로운 제도를 채택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가입자들의 서비스업체 선택의 폭을 넓혀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가입자들이 사용해오던 특정 번호를 변경하면 불이익이 오기 때문에 서비스업체를 바꾸고 싶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이동통신업체들의 신규 소요비용이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며 곧 보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FCC가 업계의 이런 반발을 무마하고 그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충분히 구축할 시간을 주려면 WLNP 제도의 시행이 예정 시한보다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련 규정은 18개월 이상 지연되면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이동통신업체들이 WLNP 제도를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WNLP 기능이 제공되기 시작하면 가입자들의 서비스 해지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도를 이미 실시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를 보면 해지율이 25∼50%에 이르고 있는데 미국에서도 해지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 도입 후 1년 동안 이동통신 가입자 중 2220만명이 추가 해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6년 제정된 통신법(Telecommunication Act)에 따라 FCC회는 그 해 7월 유무선 통신의 번호이동성에 관한 ‘보고 및 시행규칙(Report and Order)’을 발표했다. 그런데 당시 통신법은 유선통신의 번호이동성만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고 및 시행규칙’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이 시행규칙은 유선통신업체들은 번호이동성 제도를 98년 12월 31일부터, 이동통신업체는 99년 6월 30일부터 시행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동통신업계의 반발로 시한이 올해 11월 24일로 연기됐다. 하지만 주요 이동통신업체들의 반발로 시행시기가 다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WLNP 제도가 시행될 경우 요금은 통화당 월 0.17∼1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스탯이 이동통신 가입자 1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94%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지율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번호이동성을 도입하면 일시적으로 해지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제도 시행 1차 년도 해지율 상승률이 현재 해지율의 40% 수준으로 올라가서 오는 2003년 전체 해지자 수가 777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다음해부터는 매년 10%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리=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자료문의 : 문덕대 마인드브랜치아시아퍼시픽대표 dougm@mindbra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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