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신의주를 특별행정구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지난 2000년부터 남북한과 중국이 함께 추진해온 ‘신의주 소프트웨어·멀티미디어밸리’ 조성 추진계획이 탄력을 받게 됐다.
신의주는 그동안 지난 2001년 1월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상하이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3일간 방문한 이후 국내외 언론을 통해 경제특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따라서 이번 특별행정구역 지정은 경제특구 지정을 위한 행정조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의주의 경제특구 가능성은 우선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중국의 단둥과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위치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북한은 자유무역지대인 단둥을 통해 대외무역량의 70%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신의주는 지금까지 그 통로 역할을 해온 것이다.
지난 2000년 7월 본지가 단독 보도했던 ‘신의주 소프트웨어·멀티미디어밸리’ 조성계획도 이같은 배경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 계획은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인력, 중국의 행정력이 주축이 돼 신의주와 단둥 일대를 묶어 국제적인 소프트웨어·멀티미디어 전문개발단지로 조성하자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인 목표는 남한기업이 북한의 저렴하고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을 활용,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소프트웨어·멀티미디어 개발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계획은 당시 북한의 대남 무역기구인 민족경제협력련합회와 긴밀한 관계에 있었던 중국의 금강산국제그룹이 추진했고 남한에서는 하나비즈닷컴이 연락창구 역할을 했다.
이 계획은 2000년 7월 19일 문을 연 ‘코리아북남교역센터’를 통해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마침내 2001년 5월 단둥에 신의주 소프트웨어·멀티미디어밸리의 제1단계 사업이랄 수 있는 하나프로그람센터가 설립되면서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하나프로그람센터에서는 현재 수백평 규모의 공간과 인터넷 전용선, 펜티엄Ⅲ급 PC, 숙박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장차 신의주 밸리 지역에서 활동할 북한인력을 교육하거나 남한의 소프트웨어 개발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신의주가 장차 경제특구로 지정되면 곧바로 북한 내에 진출한다는 계획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단둥의 하나프로그람센터에는 한번에 50∼100명의 북한인력이 교육중이며 남한기업의 참여확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정부 및 기업과의 유기적 연계를 위해 일정규모의 중국기술 인력도 활용하고 있다.
교육대상 북한 기술인력은 평양정보쎈터 등이 추천하는 김일성종합대 또는 김책공대 출신이 우선 선발된다. 중국인력의 확보는 중국 랴오닝성 및 지린성정부 등과 협의해 해당지역의 대학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신의주밸리계획이 단둥에서 진행되는 것은 북한이 현재 바세나르협정에 의해 기술교육 및 작업진행에 필요한 486이상 컴퓨터 등 첨단 디지털장비 반입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는 신의주가 경제특구로 지정이 되면 해제될 가능성이 높은데 바로 이 시점에서 추진되는 것이 제2단계 사업이다.
제2단계 사업에서는 신의주 인근에 최대 1000여명의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공동작업장과 최소 100여개의 남한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시설 등을 구축하게 된다. 제2단계 사업이 완료될 시기는 대략 이번에 발표된 신의주 특별행정구가 경제특구로서 지정되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
신의주밸리계획은 현대가 추진키로 한 개성의 ‘서해공단계획’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예컨대 서해공단의 경우 대규모 선투자가 요구되고 투자회수가 이뤄질 때까지는 산업공단의 특성상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현대측이 밝힌 대로 서해공단이 일반 전자·기계·섬유·자동차 등 일반 제조업종 중심으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IT 중심의 신의주밸리와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신의주밸리계획은 또한 그동안 진행돼온 평양지역 투자계획에 비교해서도 분명한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 여타 협의체들이 북한과의 사전교감이나 구체적인 사업계획 없이 자금부터 확보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신의주밸리계획은 이 두 가지 요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이 계획에 참여할 경우 최소한 확실한 대북진출 교두보를 확보하는 성과는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의주지역이 지형상으로 동북아 중심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이 계획의 성공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이같은 지리적 여건은 신의주밸리가 중국·북한·한국·일본·대만 등을 연계하는 아시아 최대의 IT전문단지로 성장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챗GPT 검색 개방…구글과 한판 승부
-
2
SKT, 에이닷 수익화 시동...새해 통역콜 제값 받는다
-
3
비트코인 11만달러 눈앞…트럼프 發 랠리에 20만달러 전망도
-
4
올해 하이브리드차 판매 '사상 최대'…전기차는 2년째 역성장
-
5
에이치엔에스하이텍 “ACF 사업 호조, 내년 매출 1000억 넘긴다”
-
6
갤럭시S25 '빅스비' 더 똑똑해진다…LLM 적용
-
7
테슬라, 3만 달러 저가형 전기차 첫 출시
-
8
“팰리세이드 740만원 할인”…車 12월 판매 총력전 돌입
-
9
정부전용 AI 플랫폼 개발…새해 1분기 사업자 선정
-
10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 회장 승진…HBM 신장비 출시
브랜드 뉴스룸
×